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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bnews.kr/1PQ9

문 잠긴 화장실과 장애인화장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12-13 14:53:07
얼마 전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A 씨가 활동지원사와 같이 필자의 사무실을 내방했다. A 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A 씨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했다.

필자가 사용하는 사무실은 초량 차이나타운 내에 있는데 7층 건물의 5층에 있다. 그러나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라 엘리베이터도 작아서 휠체어가 겨우 들어갈 수 있다. 화장실은 사무실 내에 있지만, 너무 작아서 휠체어 사용자는 들어갈 수가 없다.

“죄송하지만, 우리 화장실은 사용하기가 어렵고 요 앞에 나가면 관광안내소가 있으니 거기로 다녀오세요.”

그런데 화장실을 갔다 오겠다던 A 씨는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이 사람이 어디로 갔을까. A 씨는 활동지원사와 같이 나갔는데 30 여분이 지나서야 돌아왔다.

“관광안내소에 갔더니 문이 잠겨 있어서 할 수 없이 부산역 지하철에 갔다 왔습니다.”

문이 잠긴 화장실.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문이 잠긴 화장실. ⓒ이복남
그때까지만 해도 관광안내소가 저녁 6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필자는 잘 몰랐다.

어느 날 우리 건물 관리소장이 투덜거렸다.

“관광안내소 화장실이 문을 닫으니까 밤에 술 취한 사람들이 전부 우리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사람들이 화장실을 더럽게 사용해서 화장실 청소가 다 우리 차집니다.”

“밤에는 문을 잠그면 되잖아요.”

곁에 있던 누군가가 문을 잠그라고 했다.

“예전에 도어락을 설치해 본 적이 있는데 화장실은 문을 잠그면 안 됩니다.”

화장실 이용자는 급해서 오는데, 밤에 문이 잠겨 있으면 문을 차거나 문 앞에다 볼일을 본다는 것이다.

건물 관리소장은 시청과 구청에 전화해 봤지만 별 소용이 없더라고 했다.

차이나타운 내 화장실 기사. ⓒ부산일보 에이블포토로 보기 차이나타운 내 화장실 기사. ⓒ부산일보
그래서 부산일보 기자가 찾아왔다.

건물 관리소장은 “관광안내소가 퇴근 시간 이후나 주말에는 화장실 문을 닫으니까 우리 건물로 불똥이 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기자도 누군가처럼 문을 잠그면 안 되느냐고 했다. 관리소장은 도어락을 설치하니 문을 부수거나 문 앞에서 용변을 본다고 했다.

부산일보 기자가 관광안내소에 가보겠다고 해서 필자도 따라갔다. 관광안내소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3층에 있어서 장애인에게는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었다.

관광협회 측에서는 “2017년에는 오후 9시까지 상주 인력을 두고 화장실을 개방했지만, 인건비나 관리비 등의 부담으로 지난해부터 운영 시간을 단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화장실이 개방화장실이나 공중화장실로도 지정 안 돼 있어서 우리 형편에 맞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얼마 전 부산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는 B 씨를 만날 기회가 있어서 화장실 이야기를 했더니, “화장실 문제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먹고 자고 싸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욕구다. 사람은 누구나 먹으면 싸야 한다. 현대에서 하이힐이 여성 패션의 한 부분처럼 되었지만, 중세시대 하이힐의 시작은 여성보다 남성이 먼저 착용하기 시작했다. 중세시대만 해도 사람들이 똥이나 오줌 등의 오물을 함부로 길에다 버렸으므로 하이힐의 시작은 미용 목적이 아니라 발에 똥을 묻히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이힐뿐 아니라 향수와 파라솔도 오물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관광안내소 장애인화장실.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관광안내소 장애인화장실. ⓒ이복남
우리 사회에서도 언제부터인가 옛날식 다방이 사라지고 그 대신 현대식 카페나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카페나 레스토랑은 큰 빌딩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경우 실내에 화장실이 없다. 따라서 카페나 레스토랑 등의 입구에 화장실 키를 걸어두거나 도어락 번호를 써 둔다. 손님들은 그 키를 들고 나가서 빌딩 화장실을 이용한다. 그러므로 카페나 레스토랑 손님이 아니면 그 화장실은 이용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카페나 레스토랑에 들어간다. 물론 비장애인 이야기지만, 장애인이 길을 가다가 급한 용무가 생기면 마땅히 갈 데가 없으므로 참으로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아주 오래전 도시화가 시작되면서 곳곳에 공중화장실이 설치되었으나 대부분의 화장실이 이용료를 받았다. 그 외에는 화장실 문을 잠갔다. 화장실의 오물을 푸는 데 돈이 들어갔던 것이다. 그 후 수세식 공중화장실이 생기면서 이용료를 받는 화장실은 사라졌으나 그 대신 도어락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화장실 문을 잠그기 시작했던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화장실 오물을 푸는데 큰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닐 테고 문을 잠그는 이유가 청소 때문일까?

환경운동연합의 B 씨는 “사람은 급하면 아무 데나 싸기 마련이므로 모든 빌딩의 화장실을 개방해야 된다.”라고 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빌딩 화장실을 개방하기가 어려우면 도어락을 설치할 게 아니라 커피자판기처럼 100원을 넣으면 잠금장치가 풀리도록 이용료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무튼 관광협회 측에서는 “이 화장실은 개방화장실이나 공중화장실로도 지정 안 돼 있다.”고 했었다. 그래서 부산시에 다시 한번 확인을 하려고 했더니 담당자가 없다며 구청으로 문의를 해 보라고 했다.

접이식여닫이문.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접이식여닫이문. ⓒ이복남
동구청으로 전화를 해서 관광안내소에 있는 화장실이 ‘개방화장실이나 공중화장실’이 아니라고 하던데 어떤 법에 그런 게 있느냐고 물었다.

“그 화장실은 개방화장실이지만 부산시청 건물이므로 우리가 강제로 할 수도 없고……. (부산)시 관광진흥과 소속인데 신문에도 나고 해서 개방 시간을 늘이는 문제로 논의 중이니까 좀 기다려 주세요.”

관광안내소에 있는 화장실은 퇴근 시간 후에는 문이 잠긴다는 것에만 신경을 썼었다. 그런데 환경운동연합 B 씨를 만나고 나서 이제 글을 쓰려고 사진을 찍으러 가니까 퇴근 시간 이후에는 지하철 화장실을 이용하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부산일보 기사에는 「대구에서 부산을 찾은 관광객 김 모(31·여) 씨는 “아이가 급하게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해서 안내소를 찾아왔는데 화장실이 닫혀 있어서 당황스럽다”면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는 이유라도 적어 놓거나, 이용할 수 있는 다른 화장실에 대한 안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며칠 전 오후 6시가 지난 시간에 문이 잠긴 관광안내소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음 날 장애인화장실을 다시 한번 들어가 보았다. 사실 전에는 퇴근 이후에는 문이 잠긴다는 사실 때문에 장애인화장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맙소사! 관광안내소 장애인화장실은 접이식여닫이 문이었다. 명색이 장애인복지를 한
다는 사람이 관광안내소 장애인화장실이 접이식여닫이문인 것을 그때는 왜 제대로 보지 못했을까. 그동안 장애인 이용자가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일까.

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은 휠체어나 목발을 사용하는 사람이나 그 외에도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제일 편리한 것은 자동문인데 접이식여닫이문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

휠체어나 목발을 사용하거나 손이 불편한 장애인은 일단 문을 반으로 접기가 힘들어서 접이식 문은 정말 사용하기가 어렵다.


화장실 입구.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화장실 입구. ⓒ이복남
‘장애인권익 지킴이’라는 에이블뉴스 박종태 기자에게 화장실 사진을 몇 장 보내고 자문을 구했다. 박종태 기자는 장애인화장실의 몇 가지 매뉴얼을 얘기했다.

첫째 성별이 구분되어 있는가. 장애인화장실을 남녀 공용으로 사용하는 곳이 있는데 남녀 공용이면 마음 편히 사용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성별이 다른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행히 관광안내소 화장실은 남녀가 구분되어 있었다.

둘째는 문이다. 장애인화장실은 휠체어 사용자나 목발 사용자 등 손이 불편한 사람이 많은데 그들에게 제일 좋은 것은 자동문이다. 그런데 이 화장실은 접이식여닫이 문이라 장애인을 위한 것이라 할 수가 없다.

셋째 대변기에 있는 손잡이인데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대변기에 옮겨 앉으려면 옆에 손잡이가 있어야 되지만 그 손잡이는 상하 또는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가동식이어야 하는데 이 화장실의 손잡이는 고정식이다.

넷째 요즘 대부분의 장애인화장실은 물내림 버튼이 자동센서다. 즉 대변기에 앉았다 일어나면 자동으로 물이 내려간다. 그것이 어렵다면 벽이나 바닥에 물내림 버튼이 있어야 하는데 이 화장실은 대변기 뒤에 있는 비장애인용 물내림 버튼이다.

다섯째 그 밖에도 대변기에 등받이도 없고, 비상벨도 없고, 화장실 입구에 점자 표시 등도 없는 등 이 화장실은 장애인화장실로서의 기능을 못 하는 곳이므로 하루빨리 개보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관계기관에 진정하라고 했다.

부산시 관광진흥과로 문의를 했다. 동구청하고 개방 시간에 대해서 논의 중이라, 장애인화장실에 대해서는 미처 몰랐다며 자세히 알아보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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