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앞에서 삭발식을 거행 중인 박종우 한자총 부산경남지회 투쟁위원장.ⓒ에이블뉴스

장애계에서 ‘만65세 이상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보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중증장애인 6명이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며 삭발로 투쟁을 결의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한자총)이 8일 국회 앞에서 65세 이상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보장 투쟁을 선포, 토론회, 11월말까지 릴레이 1인시위까지 진행하며, 보건복지부와 국회를 동시에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수급자격은 만 6세 이상 만 65세 미만까지로, 활동지원을 수급받던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는 해에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수급심사를 받도록 하게 돼 있다. 심사 후 장기요양 등급이 나오면 장애인의 필요도와 무관하게 활동지원은 중단되고, 장기요양만을 받아야 한다.

다만,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등급 외’ 판정을 받게 될 경우에만 활동지원 신규 신청자로 다시 종합조사를 받고, 수급자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최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만 65세 도래로 활동지원 수급자에서 노인장기요양 수급자로 전환된 인원은 1159명으로, 이들은 가장 높은 1등급을 받아도 하루 최대 4시간의 서비스만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1159명 중 64.5%인 748명의 이용 시간이 월평균 188시간 감소됐고, 최대 313시간까지 떨어졌다. 더욱이 이중 독거-취약계층 장애인도 192명이나 포함,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8일 국회 앞에서 중증장애인 6명이 삭발식을 진행 중이다. 왼쪽부터 김홍우 밝은내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이은철 밝은내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이영호 청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박종우 한자총 부산경남지회 투쟁위원장, 손거정 사랑샘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한자총 장경수 투쟁위원장.ⓒ에이블뉴스

”만 65세 다다른 중증장애인은 사형선고를 받은 것처럼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오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노인성질환만이 생기고 장애는 없어지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자총 장경수 투쟁위원장은 삭발을 마친 후 이 같이 피력하며, 만 65세 이상 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과 노인장기요양 중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 부여를 위한 활동지원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날 국회 앞에서 집단 삭발한 중증장애인은 장 투쟁위원장 포함 박종우 한자총 부산경남지회 투쟁위원장, 이영호 청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손거정 사랑샘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이은철 밝은내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김홍우 밝은내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등 총 6명이다.

이들은 ”65세 활동지원법 개정해서 사람답게 살아보자“, ”끝까지 투쟁하겠다“ 등의 소감을 남겼다.

1956년 7월생으로 올해 64세가 된 독거 최중증장애인 차영 씨는 만 65세를 앞두고, 활동지원 이용 불가에 따른 현실을 토로했다.ⓒ에이블뉴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장애 정도가 나아지거나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어떠한 선택권도 없이 나이를 이유로 지원 내용이 변경되는 것은 국가가 장애인에 대한 책임을 포기하는 것임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1956년 7월생으로 올해 64세가 된 독거 최중증장애인 차영 씨는 만 65세를 앞두고, 활동지원 이용 불가에 따른 현실을 토로하며, 반드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씨는 군 제대 후 25세경 근육병 진단을 받았으며, 현재 손목만 조금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의 근육병이 진행 중이다. 독거인 그는 인천시 추가시간 포함 월 471시간의 부족한 활동시간으로 온전히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는다. 활동지원사가 없는 밤에는 긴급상황에 대비해 비상벨, 비상전화를 두고 잠들고 있다.

차 씨는 “이제 2년이 지나면 65세가 돼 장기요양으로 하루 3시간 남짓 받는데, 그 나머지 시간은 누구에게 도움을 받냐. 혼자 있는 시간에 쓰러지면 어떻게 해야 되냐”면서 “자립생활은 지금처럼 유지되기 힘들 것이고, 다시 시설로 돌아가는 방법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장애정도가 나아지거나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만 65세가 되어도 활동지원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한자총 장진순 회장, 정중규 부회장, 한국장애인녹색재단 정원석 회장.ⓒ에이블뉴스

투쟁의 최후 수단인 삭발로 절박한 장애인들의 현실을 알린 6명의 중증장애인에 대한 응원, 그리고 65세를 코앞에 둔 중증장애인들을 대변해 정부와 국회에 대한 압박의 메시지도 이어졌다.

한자총 장진순 회장은 ”65세가 되면 활동지원이 중단되고 시한부 인생을 살라는, 사회생활을 접고 생매장을 당해도 된다는 법에 분노와 상실감을 느낀다“면서 ”눈물 호소가 아닌, 자신의 살점을 잘라내듯 피로 투쟁해서라도 생존권을 쟁취해야 한다. 나라가 구제해주지 못한다면 우리가 힘을 합쳐서 65세 생명을 시한부로 만드는 못된 활동지원법을 개정할 때까지 깨부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앞서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관련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라는 주문에 ”저희도 부내에서 활발한 토의를 하고 있다. 빠른 시일내에 해결책을 찾아서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한자총 정중규 부회장은 “언제까지 토의만 해야 하냐. 생명이 죽어갈 위험에 처해있는데 언제까지 논의만 하고 있냐”면서 “박 장관이 언급한 비용 문제는 매년 500조에 달하는 슈퍼 예산을 세우는 세계 7대 강대국에서 너무 초라하고 구차한 변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회를 향해서도 “현재 만 65세 연령 제한 폐지를 담은 활동지원법 개정안이 3개가 발의돼있다. 실제 통과 여부는 기약이 없는 실정”이라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권고한대로 조속한 법률안 처리에 나서달라”고 피력했다.

한국장애인녹색재단 정원석 회장도 “평생을 장애를 갖고 어려운 환경에 살아오다 65세가 되면서 활동지원서비스를 더 이상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실감이나 소외감을 넘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면서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년층 장애인 무연고 사망자 합이 절반 이상이다. 활동지원제도가 당사자의 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있어 고독사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당사자의 선택권과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한편, 한자총은 만 65세 이상 중증장애인의 활동지원 보장을 위한 투쟁으로 오는 11월 29일까지 주 5일(월~금)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이 8일 국회 앞에서 65세 이상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보장 투쟁을 선포했다.ⓒ에이블뉴스

호흡기 낀 최중증장애인이 8일 국회 앞에서 열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기자회견에 참석했다.ⓒ에이블뉴스

삭발 투쟁 중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장경수 투쟁위원장.ⓒ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이 8일 국회 앞에서 65세 이상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보장 투쟁을 선포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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