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권단체가 14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휠체어리프트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재판비용은 원고와 피고가 각각 반씩 부담한다.”

15초의 짧은 선고였다. 14일 오전 10시 10분 경 서울남부지방법원 310호실을 나서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 법률대리인의 얼굴에는 황당한 표정이 가득했다.

1년 가까이 끌어온 장애인차별구제 소송의 1심 결과가 ‘청구 기각’인 것과 별개로, 재판부가 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는지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추진연대는 지난해 5월 장애인당사자 5명과 함께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장애인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들이 이용하며 사고의 위험이 크다고 느낀 2·5호선 영등포구청역, 1·5호선 신길역, 3·4호선 충무로역,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의 휠체어리프트를 철거하고 안전하고 편리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이다.

휠체어리프트는 계단 이용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짧은 거리의 수직 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승강장치지만, 급격한 경사로 옆에서 오르내리다 보니 항상 사고의 위험이 따른다.

실제 경사형 휠체어리프트로 인한 사고는 2001년 오이도역 사망사건 이후로도 9건이나 발생했고, 2107년 10월 신길역에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던 한 모 씨는 계단 아래로 추락해 3개월간 사경을 헤매다 사망하기도 했다.

이날 법원을 찾은 소송 원고와 법률대리인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차별구제소송 원고인 이원정씨(사진 우),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사진 좌)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차별구제소송 원고인 이원정씨는 “리프트를 타던 중 운전이 멈춰서 1시간 동안 공중에 떠 있던 경험이 있다. 리프트에 대한 공포감을 없애고 일상불편을 줄이기 위해 소송에 참여했다”면서 “오늘 재판결과를 보고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재판부가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기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는 “재판부는 원고의 출석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항소를 기각하고 비용은 반반 부담한다는 내용의 선고를 내렸다”면서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장애인들은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법정을 나서야 했다. 법정에서 재판부로부터 수치심을 느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나 피고가 없어도 선고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원고로 보이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법정에 있었다. 재판부는 원고가 출석했는지 물어보고 눈을 마주치면서 선고결과를 말했어야 한다. 기각이라는 결과를 바꿀 수는 없어도 청구를 기각한 이유에 대해 간략하게라도 설명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장추련과 법률대리인은 판결문을 검토한 후 원고들과 협의해 항소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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