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회원들이 거주시설폐쇄 조례를 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석암재단 투쟁 1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전국의 장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울시를 향해 장애인거주시설 폐쇄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등 3개 단체는 4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거주시설 폐쇄 조례를 제정하고 탈시설 정책을 강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장연에 따르면 지난 2009년 6월 석암재단 석암베데스다요양원(현 프리웰) 이용인 8명은 탈시설 자립생활 쟁취를 외치며 마로니에 공원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마로니에 8인이라 불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탈시설전환국 설치, 전환주거 제공, 활동보조 생활시간 확대 및 대상제한 폐지를 요구했다.

노숙농성 투쟁 결과 서울시는 서울시복지재단 산하에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 설립하고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탈시설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지원하게 됐다.

또한 체험홈과 자립생활가정(현 자립생활주택)이라는 주거정책을 실시하는 등 전국의 지자체 중 최초로 탈시설 정책을 마련했다.

마로니에 8인의 투쟁이 있은 지 10년. 서울시의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그동안 장애인거주시설은 4개나 더 신설됐고, 45개 장애인거주시설에는 아직도 2524명의 당사자가 생활하고 있다.

즉 장애인거주시설 폐쇄조례를 제정해 기존의 시설중심의 정책을 완전한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으로 전환하고, 거주시설 이용인 단 한사람도 배제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장연의 주장이다.

서울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대표(사진 좌)와 인권운동 사랑방 민선 활동가(사진 우)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서울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대표는 “10년 전 석암재단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고 이용인들 중 일부가 나와 62일 간 마로니에 공원에서 노숙농성 투쟁을 했다. 서울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탈시설전환국을 설치했다”라면서 “마로니에 투쟁이 없었다면 지금의 서울시 탈시설 5개년 계획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시는 탈시설 계획을 전면 수정해 인원을 800명으로 늘렸으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서울시 관내 장애인거주시설에는 2524여명의 이용인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더 많은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투쟁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황인현 활동가는 “10년 전 서울시를 상대로 죽기살기로 투쟁해 자립생활주택 정책을 얻었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연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부양의무자에 의한 기초수급문제,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문제도 해결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시설에 있는 동료 장애인이 배제되지 않은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름이 틀림이 아닌 세상, 장애인도 인간다운 삶을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운동 사랑방 민선 활동가는 “마로니에 8인의 투쟁은 시설을 폐쇄하라는 것이었다. 장애인의 삶을 가두는 공간인 거주시설이 존속되는 한 인권침해는 계속되기 때문”이라면서 “아직도 거주시설에 있는 당사자들이 있다. 이들이 지역사회에 나와 목소리를 내는 날이 오도록 끝까지 투쟁하자”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전장연 소속 회원들은 혜화동 마로니에공원까지 행진을 하면서 거주시설폐쇄 조례제정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전장연은 오후 5시부터 마로니에 공원에서 석암투쟁 1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거주시설폐쇄 조례제정의 필요성을 알리면서 행진을 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회원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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