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국수어 독립만세를 외치는 참가자들. ⓒ에이블뉴스

“한국수어 독립만세!” “한국수어 독립만세!”

3·1절을 나흘 앞둔 2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은 한국수어의 독립성 보장을 촉구하는 청각장애인(농인)들로 가득했다.

농인들은 저마다 ‘한국수어 독립보장’이라는 내용이 적힌 손 깃발을 흔들면서 청와대를 향해 “한국수어 독립만세!”를 수차례 외쳤다. 음성언어가 아닌 ‘한국수어’를 사용해 표현했다.

이들이 청와대를 찾아 만세를 외치게 된 것은 한국수어를 국어와 같은 언어로 공식화한 한국수화언어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알리고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에 따르면 한국수어는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법률상 공식언어가 됐으나 실질적인 지위는 그렇지 못하다. 교육현장, 노동현장 어떤 영역에서도 언어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도 한국수어법은 준수되지 않아 농인들은 차별을 받고 있으며, 지상파 방송사업자 3사는 농인을 위한 수어통역방송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수어법을 공포한 청와대,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장애인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한국수어법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법률을 올바르게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게 장애벽허물기의 설명이다.

최근 장애벽허물기는 한국수어 바로세우기 행동의 일환으로 정부기관 차별진정, 방송사 차별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왼쪽부터)한국장애인연맹 조태흥 정책실장, 장애벽허물기 김주현 대표, 위트라이프 고광채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날 한국장애인연맹 조태흥 정책실장은 “농인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농인이 사용하는 언어인 한국수어에 대한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실질적으로 실천되는 법이 될 수 있도록 농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벽허물기 김주현 대표는 “농인들이 이 자리에 온 이유는 청와대가 앞장서서 수어의 독립성을 인정해달라고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청와대가 한국수화언어법을 지키지 않으니 정부 기관을 비롯한 방송사업자들이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수어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요구를 계속 할 것”이라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한 세상,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요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트라이프 고광채 대표는 “한국수화언어법이 만들어진 지 3년이 되고 있지만, 수어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수어법이 없는 나라들도 농인들의 언어기본권을 보장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국수어가 우리 사회에서 독립된 언어로 자리 잡을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농인들은 청와대 관계자에게 청와대 지정통역사 제도 도입, 한국수화언어법 내용점검 및 보완, 청와대 홈페이지 내 수어안내영상 삽입, 수어통역비율 30%로 확대 등이 담긴 요구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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