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중증 자폐로 인한 엄마의 존속살인’이라는 제목의 국민청원 게시글.ⓒ홈페이지 캡쳐

지난달 경기도 수원에서 42세 자폐성장애 아들을 키우다 벼랑 끝에 몰린 어머니의 동반자살 실패로 인한 존속 살인 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발달장애인들을 키우는 사회적 냉대와 차가운 현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들의 중증 자폐로 인한 엄마의 존속살인’이라는 제목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게시됐다.

피의자의 조카임을 밝힌 게시자의 글의 요지는 이렇다. 지난 11월 24일 새벽, 수원의 모 병원에서 숨진 중증 자폐성장애 42세 아들과 정신을 잃은 그의 어머니가 병실에서 발견됐다.

부검결과 아들의 사인은 흉부압박이었고, 정신이 돌아온 어머니는 존속살인 피의자가 되어 체포된 상태다.

그들 모자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약 40년전, 언어발달이 더뎠던 아들은 5세 무렵 자폐 진단을 받았고, 그 후 주위의 따가운 시선, 어딜가도 수군대며 피하는 사람들 때문에 어머니는 항상 아들을 위해 사는 그림자 같은 삶을 택했다.

커다란 키에 조절 안되는 힘. 난폭한 행동에도 어머니는 아들을 감싸 안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들의 힘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아들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는 난폭한 폭주에 비명도 못지른채 고통 받고 주변의 아픈말도 달게 받은 채 참고 견디며, 전국 팔도 요양병원을 전전했던 부모.

모질고 긴 세월, 결국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최근 경기도 요양병원에 입원했던 아들이 팔에 염증이 심해 일반병원의 처치가 필요하단 진단으로 퇴원한 후, 일반병원에 입원해 팔 수술을 했다.

3주간 입원기간 동안 피해를 줄 수 없던 어머니는 1인실로 옮겨 아들을 24시간 간호했지만, 여전히 아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모른 채 난동을 부리고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갔다. 옆 병실 보호자의 항의에 어머니는 ‘이틀 안에 퇴원한다’며 거듭 죄송하다 사죄하며, 진정수면주사제를 통해 아들을 겨우 잠들게 했다.

어머니는 퇴원날짜가 다가오자 갈 곳이 없어져 혹시라도 입원기간을 늘릴 수 있겠냐 부탁했지만, 다른 환자들의 불편으로 인해 거절당했고, 층간 소음 문제로 이웃과 극심한 마찰이 있던 터라, 집마저 갈 수 없었다. 요양병원을 수소문했지만, 그 역시 받아주는 곳이 하나 없었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 70이 다 된 어머니는 모든 걸 짊어지고 아들과 함께 떠나기로 했다.

강한 약 기운에 깊이 잠든 아들을 눈물로 힘겹게 보내주고, 얼굴과 얼굴을 맞대 작별인사를 한 뒤, 어머니 역시 아들의 곁으로 가기 위해 약을 털어먹었다. 혹시라도 자신만 살아날까봐 자해시도까지 한 후 의식을 잃었지만, 어머니는 사람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현재 어머니는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그 날의 일을 진술한 후 체포, 구치소에 수감돼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국민청원 게시자는 “자신의 온몸에 상처가 나도 아픈지 몰라 스스로 이를 뽑고 온몸에 상처를 내던 오빠는 끝내 자신이 얼마나 엄마 아빠의 사랑을 온전히 다 받았는지도 모른채 자신밖에 모르던 사랑하던 엄마 손에 머나먼길을 떠났다”면서 “이모가 40년 넘게 절절하게 온 마음 다 바쳐 오빠를 사랑했다는 것은 제 모든 걸 걸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했다.

이어 “가족 모두에게 아픈손가락이었던 오빠는 그렇게 아프게 떠났지만, 벼랑 끝에 내몰려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면서 “일평생 절절히 사랑한 아들의 빈자리를 남은 평생 기억하고, 가슴치며 살아가게될 형벌을 받은 이모가 차가운 구치소에서 눈물 흘리지 않길 바란다. 중증장애로 인해 고통 받고 제2, 제3의 동일한 비극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맺었다.

한편 이 국민청원은 14일 현재 총 3781명이 동의한 상태로, 오는 1월 9일까지 진행된다. 청원 링크는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465216 이다.

이에 청원 동의자들도 “자식 키우는 부모로서 마음이 너무나 아픕니다.”, “내가 죽어서야 끝나는, 죽어서도 아들을 두고 눈을 감을 수 없는..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최중증도 보살펴주는 나라다운 나라가 되어주세요.” 등의 의견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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