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 강정배 조사패널팀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서울시 장애인 전환서비스지원사업 세미나’에서 서울시 탈시설 종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에이블뉴스

시설에서 나와 서울시 자립생활주택에 입주, 최장 7년의 자립 체험 과정을 마치고 지역사회에 나온 장애인 퇴거자들의 삶이 순탄치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6.5%는 거의 외출하지 않았고 하루 평균 32분만 교제활동에 참가하고 나머지 시간은 주로 집에만 있었다. 또 이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장래재정’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 강정배 조사패널팀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서울시 장애인 전환서비스지원사업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서울시 탈시설 종단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서울시 탈시설 종단연구’는 서울시와 한국장애인개발원, 서울시복지재단이 지난해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지원 등을 고민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시복지재단은 지난 2009년 12월 탈시설 장애인을 대상으로 자립생활체험홈 3곳을 시범 운영한 뒤 전국 지자체 최초로 2010년 5월 서울시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를 출범했다.

현재 서울시내 73곳의 자립생활주택을 운영하면서 자립을 위한 각종 지원서비스와 주택마련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는 지난 9년간 자립생활주택을 이용한 총 217명 중 최종 144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자립생활주택 이용 “만족”, 가족 관계 낮아=설문 결과, 먼저 자립생활주택 이용 경험에 대해서는 현재 입주자와 퇴거자 모두 대체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정서적 도움과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응답이 82.4%였고, ‘지역 내 복지기관 종사자로부터 정서적 도움과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응답은 89.2%에 달한 것. 반면 ‘가족으로부터 정서적 도움과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응답은 47%였다.

강 팀장은 “가족에게 탈시설한 사실을 밝히지 않거나, 금전적인 문제로 가족과의 관계가 낮게 나왔다”면서 “결국 장애인식에 대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현재의 장애인 복지서비스에 대해서는 이용자의 75.4%와 퇴거자의 61.4%가 만족했다. 자아존중감과 자기결정 항목에서도 입주자와 퇴거자 모두 100점 기준에서 70점 이상을 획득했다.

자립생활주택 퇴거 후 43.2%가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에이블뉴스

■퇴거 후엔 일상불편, 6.5%가 외출 안 해=하지만 문제는 자립생활주택에서 최장 7년의 자립 체험 과정을 마친 뒤다.

자립생활주택 입주자의 경우 거주 지역에서의 일상생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17.4%에 불과한 반면, 퇴거자들은 43.2%가 “불편하다”고 답한 것.

건강상태 역시 퇴거자의 30.4%가 건강이 나쁘다고 응답해 자립생활주택 입주자(24.5%가 나쁨)에 비해 높았다.

퇴거자 6.5%는 거의 외출하고 있지 않았다.ⓒ에이블뉴스

최근 1개월간 외출 빈도 역시 입주자의 67.3%가 거의 매일 외출한다고 응답한 반면, 퇴거자는 47.8%만 거의 매일 외출했다. 심지어 6.5%는 거의 외출하지 않았다.

생활시간조사에서도 퇴거자들은 하루 평균 32분만 교제활동에 참가, 입주자(1시간 11분)보다 낮았다.

이동을 제외한 본인 집 이외에서 활동하는 시간은 5시간이며, 특히 퇴거자의 경우 입주에 비해 1시간 37분 적은 5시간 37분으로 나타나 많은 차이를 보였다.

또 입주자의 40.8%는 지난주 1시간 이상 근로했다고 응답했으나 퇴거자는 28.3%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서울시 장애인 전환서비스지원사업 세미나’ 전경.ⓒ에이블뉴스

■걱정거리 ‘장래재정>건강악화>주거=퇴거자들은 현재 가장 큰 걱정거리로 장래재정(26.1%)을 꼽았으며, 건강악화(23.9%)와 주거(21.7%) 순으로 언급해 지역사회 정착 이후의 삶이 순탄치만은 않음을 토로했다.

전반적 삶의 만족도 또한 6.6점으로, 입주자(7.3)보다 낮았다.

강정배 팀장은 “모든 조사결과를 종합해보면 탈시설은 ‘평범한 삶’이다. 일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는 것인데 그 평범한 삶을 사는 게 시설장애인의 인생의 목표”라며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자유로움이 탈시설한 장애인의 좋은 점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퇴거자의 외출이 전혀 없는 점 등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정보제공, 지원인력과 퇴거자간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특정주제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공통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관계형성의 시작인 점을 감안해 평생교육프로그램 참여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장애인개발원과 서울시복지재단은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시설 퇴소 장애인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종단연구를 지속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내년 2차년도에는 시설 퇴소한 연차가 늘어남에 따른 개인의 심리적 변화, 환경적 변화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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