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레슬링의 전설이자 영원한 챔피언이라 불리는 이왕표(한국 프로레슬링 연맹 대표)가 담도암으로 투병하다 지난 4일 오전 향년 64세로 별세했다.

4일 아침 인터넷을 열었을 때 오른쪽 뉴스 순위 1위에 ‘이왕표’가 올라왔을 때만 해도 ‘아 이왕표가 죽었구나!’ 잠깐 그렇게 생각하고 애도를 표했을 뿐이다. 그런데 몇 시간 후 지체장애인 A 씨가 전화를 했다. “이왕표가 죽으면서 이동우에게 안구를 기증한다고 했다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동우 씨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 각막이식이 안되는데…….”

이왕표 선수는 김일 선수의 제자다. 그리고 김일 위에는 역도산(力道山)이 있다. 역도산은 한국 태생의 일본 프로레슬러로 본명은 김신락이다. 역도산은 강인한 체력과 가라데촙(손날치기)으로 강적들을 제압하고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 되어 프로 레슬링계를 제패하였다.

故이왕표 관련 기사. ⓒ네이버 뉴스

역도산은 한국인이지만 일본의 영웅이었다. 전후 시절 한국에는 TV도 없었기에 역도산에 관한 소식은 신문이나 라디오를 통해서였다. KBS TV는 1961년에 개국하였으나 TV 보급은 미미했다.

역도산은 1963년 1월 한국을 방문하여 모국의 체육발전을 위해 스포츠센터 건립을 약속했으나 1963년 12월 도쿄에서 야쿠자의 칼에 맞아 불혹의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역도산이 살아있을 1957년 역도산을 흠모하던 김일 선수는 일본으로 건너가 역도산의 문하생으로 레슬링을 배워 1960년대부터 70년대 중반까지 일본과 한국에서 박치기왕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박치기왕 김일 선수의 프로 레슬러는 많은 사람들이 TV중계로 시청하였다.

그런 김일 선수의 대를 이은 사람이 이왕표 선수이다. 이왕표는 박치기왕 김일의 수제자로 1975년 프로레슬링 세계에 입문했다. 그는 세계프로레슬링기구(WWA) 헤비급, 울트라FC 헤비급 등에서 일곱 차례나 챔피언에 등극한 바 있는 한국 프로레슬링계의 전설이라고 한다.

현역 선수 시절 신장 190㎝에 체중 110㎏으로 건장한 체격을 자랑했던 이왕표는 2013년 담도암 3기 진단을 받았다. 그 당시 이왕표 선수가 자신이 죽으면 그의 눈을 이동우에게 기증하겠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해서 화제가 된 모양이다.

사람이 하는 일은 대부분이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즉 육감의 작용도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보고, 코로 맡아보고, 혀로 맛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마음으로 느껴본다. 그래서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 한다.

눈의 구조. ⓒ네이버 백과사전

만큼 중요한 눈을 아예 못 보거나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시각장애이다. 시각장애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부분이 사고나 질병 등이다. 그 중에서도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은 3대 실명원인이라고 한다.

그 외에 당뇨망막병증, 미숙아망막증, 신생아 농루안, 시신경 위축, 야맹증, 망막색소변성증(RP), 모야모야병, 포도막염, 그리고 산재나 교통사고 등으로 각막이나 시신경을 다치는 경우 등 여러 가지가 있고,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다양하다.

시각장애의 경우 다른 사람의 각막으로 각막이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필자가 만난 한 시각장애인 어머니는 딸이 시각장애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이식수술을 해 달라고 안과 의사에게 졸랐다고 한다.

그러나 딸의 시각장애가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법도 잘 모르는 난치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많이 부끄러웠다고 한다. 딸의 시각장애는 각막이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어머니처럼 시각장애는 각막이식만 하면 되는 줄로 알고 있다. 그러나 각막이식을 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은 외상 또는 기타 질병으로 인한 각막혼탁자만 가능하다.

그리고 백내장의 경우 안구 혼탁 제거와 인공수정체 삽입술로 어느 정도 시력 회복이 가능하다. 그 외에 망막 관련 질환, 시신경이나 뇌에서 시신경으로 연결되는 부위의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각막이식을 하더라도 정안인이 될 수 없다.

틴틴파이브 출신의 개그맨 이동우 씨는 2004년에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았고 2010년에 실명되었다고 한다. 2013년 이왕표가 담도암 수술을 앞두고 자신이 죽으면 눈을 이동우 씨에게 기증하고 싶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이동우 씨가 “이왕표 선생님의 뜻은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저는 이왕표 선생님의 쾌유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라는 이야기가 당시 각 언론에도 보도 되었었다.

이동우 씨는 망막색소변성증(RP)이라 각막이식이 불가했던 것이다. 망막색소변성증은 두드러진 자각증상이 없어 오랫동안 병이 진행된 후 어느 날 갑자기 병세를 감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해 분석은 물론 치료 방법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친애하는 판사님께’ 시각장애인. ⓒSBS

망막색소변성증은 광수용체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진행성 질환이다. 주로 광수용체와 망막색소상피에 영향을 주는 망막변성 질환으로 세계적으로 대략 4,000명 중 1명에게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의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지난 4일 이왕표의 죽음으로 이 사연이 다시 한 번 언론에 오르내렸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왕표의 안구기증과 이동우의 망막색소변성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 시키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이동우 씨의 망막색소변성증은 각막수술을 할 수 없을뿐더러, 이왕표의 몸은 이미 암이 전신에 퍼진 상태라 장기기증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만약 이왕표의 몸 상태가 괜찮았다면 이동우 씨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라도 기증될 수 있었을 텐데…….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15조(장기등 기증희망자의 등록) ① 본인이 뇌사 또는 사망할 때 장기등을 기증하려는 사람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등록기관에 장기등 기증 희망등록신청을 할 수 있다.’

또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장기이식법)에 따르면 생전에는 특정인을 지정한 장기 기증이 심사를 거쳐 허용된다. 그러나 안구(각막)의 경우 생전 장기기증이 불가능한 장기로 분류돼 사후 기증만 허용된다. 사후 기증의 경우 안구는 기증자가 뇌사 또는 사망 전 장기 적출에 동의한 경우에만 적출이 가능하다.

안타깝게도 그의 유언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왕표가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 나아가 자신의 시신이나마 누군가를 위해서 나누고자 하는 소중한 나눔과 배려는 귀감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 준 것 같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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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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