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턱 때문에 전동휠체어가 접근하지 못하는 투썸플레이스 입구.ⓒ에이블뉴스

“어휴, 뭐야. 여기 못 올라가요. 턱 때문에! 너무 막막합니다. 저는 여기서 커피 먹고 싶은데…”

지체장애인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명학 활동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사무국장의 전동휠체어가 서울 명동역에 위치한 투썸플레이스 입구 ‘턱’ 앞에 가로 막혔다.

국민 1인당 1년 동안 커피 400잔을 소비한다는 발표가 있지만, 장애인들에게는 계단과 턱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돌아서야만 한다.

장애인 등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 등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20년, 접근권이 담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10년째인 오늘(11일)이 무색하게 말이다.

‘턱’ 때문에 돌아서야 했던 김명학 활동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10년이 넘어도 우리는 계단과 턱 때문에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식당 못 가고, 갈 수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면서 “시혜와 동정이 아닌 소중한 우리의 권리를 찾고 싶다”고 피력했다.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대표도 “업주들이 ‘장애인들이 얼마나 오겠느냐?’란 생각으로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면서 “장애인도고객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6개 단체는 11일 투썸플레이스 명동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층에 있는 공중이용이설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정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커피전문점인 투썸플레이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호텔신라, 대한민국 등을 상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편의점, 커피전문점, 약국, 음식점, 제과점, 미용실과 같은 공중이용시설은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수시로 이용하는 공간이지만, 시설 입구에 턱 또는 계단으로 거의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속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고 있다.ⓒ국가법령정보센터 캡쳐

현재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 제4조에는 장애인 등에게 다른 사람과 동일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하고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시설주 등에게 이를 위한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국가에게는 각종 시책을 마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1항에도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는 장애인이 해당 시설물을 접근·이용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 배제, 분리,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나와 있다.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3개 업체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만큼 단차 제거 또는 경사로 설치비용이 결코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차별행위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11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6개 단체는 “1층에 있는 공중이용이설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정 소송을 제기했다.ⓒ에이블뉴스

실제로 장추련이 서울 중구, 종로구 일대 투썸플레이스 29개 매장의 접근성 여부를 확인한 결과, 단차가 있거나 계단이 두 개 이상 있어서 45%가 장애인 접근이 어려웠다.

전국 1만여 개가 넘는 GS25 편의점 또한 대체로 턱이 있어서 출입이 안 되거나, 출입을 하더라도 내부가 좁아 이동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내 최고의 호텔인 서울신라호텔 및 제주신라호텔 또한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 시행령 제4조에 따라 ‘전체 객실의 3% 이상을 장애인 등이 이용 가능한 객실로 갖춰야 하지만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다.

김 사무국장은 “호텔신라는 겨우 3개 정도만 장애인 이용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오랜 시간 제주신라호텔에 개선을 요청했지만 ‘설립연도로 인해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것이 아닌 갈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하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턱과 계단이 있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람들도 (턱과 계단이)없으면 더 편리하다. 모두가 함께하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11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6개 단체는 “1층에 있는 공중이용이설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정 소송을 제기했다.ⓒ에이블뉴스

소송대리인인 사단법인 두루 최초록 변호사는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정된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과 접근권을 보장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지만 장애인들은 ‘1층이 없는 삶’에 부딪히고 있다”면서 “적어도 1층에 있는 시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공중이용시설 이용을 보장받기 위한 소송”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한편, 장추련 등은 소송 제기와 함께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 속 300㎡ 미만의 소규모시설에 대해서는 장애인 편의 규정을 강제하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입법운동, ‘1층 접근권 개선 프로젝트’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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