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진행된 제2차 강서지역 공립특수학교신설 주민토론회에서 서울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무릎을 끓고 지역주민을 향해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DB

[2017년 결산]-④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투쟁

올해 2017년 장애계는 ‘약속의 해’였다. 문재인 정부가 새로이 출범하며 복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의 과거 정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광화문 농성 1842일 만에 복지부 장관이 조문과 함께 민관협의체 구성 약속, 국토부 장관 또한 추석기간 저상버스 투쟁 현장에 방문하는 등 투쟁 보다는 ‘소통’과 ‘약속’의 훈훈함이 연일 보도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강서구 특수학교 문제, 노동권 등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산적된 현안도 많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모든 장애인들과의 ‘약속’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에이블뉴스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100위까지 순위를 집계했다. 이중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10개를 선정해 한해를 결산한다. 네 번째는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투쟁’이다.

올해는 정부와 국회가 장거리 통학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장애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처절한 호소에 화답한 한해였다.

특수학교 설립이 지역이기주의로 좌절되거나, 설립과정에서 생기는 혼란을 막기 위한 정책 마련과 공감대가 현실화된 것이다.

여기에 통합학급을 확대하고 특수교사 정원을 대폭 증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해 장애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는 더욱 의미가 깊은 한해였다.

정부가 특수학교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이하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대표 김남연) 회원이 주축이 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투쟁이 있었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가 본격적인 특수학교 설립의 투쟁에 돌입한 것은 지난해 4월 서울시교육청을 점거하면서 부터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는 장애인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로 구성된 단체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은 자녀들과 함께 서울시교육청을 점거농성하고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을 향해 공약인 특수학교 설립 이행을 촉구했다. 닷새 간의 농성 끝에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으로부터 강서구(서진학교)·서초구(나래학교)·중랑구(동진학교) 특수학교 설립을 약속받았고 농성을 중단했다.

특수학교 설립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설립 예정지에 거주하는 님비성향의 주민들의 반대를 하면서 특수학교 설립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8월 강서구 공진초등학교 폐교부지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는 행정예고를 하자 이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의 반대이유로 댄 것은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성태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공약한 국립한방병원 설립이었다. 즉 공진초등학교 폐교부지는 국립한방병원이 들어설 곳이니 특수학교는 다른 곳에 지으라는 것이다.

지난 2월 바른정당에서 점거농성을 벌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회원들. 이들은 당시 바른정당 소속 김성태 의원(현 자유한국당)이 특수학교 설립을 방해한다며 당시 바른정당 당대표인 정병국 의원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에이블뉴스DB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가 올해 초 공진초등학교 폐교부지의 특수학교 설립 예산을 통과시켰음에도 김 의원의 방해가 계속되자 올해 2월 서울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은 김 의원이 당시 속해있던 바른정당 당사에 방문해 농성을 하면서 정병국 당시 당대표에게 문제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7월 제1차 강서지역 공립특수학교신설 주민토론회를 열었지만 반대 주민들이 토론자로 참석한 서울장애인부모연대 회원대표를 두고 ‘강서구 주민이 아니므로 토론 자격이 없다’며 토론회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에 추진력이 붙은 것은 9월 5일 제2차 강서지역 공립특수학교신설 주민토론회에서 서울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무릎을 꿇은 단 한 장의 사진이 언론에 보도돼 여론의 관심이 쏠리면서다.

이 자리에서 한 서울장애인부모연대 회원은 “지나가다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습니다. 장애 아이들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라면서 설립을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반대 측의 야유와 고성 속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장애자녀를 둔 부모 10여명이 오열을 하며 강당 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이 모습이 사진으로 언론에 보도되자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국민의 찬성여론이 확산됐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특수학교 (가칭)서진학교 설립은 물론 서초구 특수학교 나래학교 설립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중랑구 특수학교인 동진학교의 경우 학교부지 선정 과정에 있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의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투쟁은 장거리 통학에 지친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의 고충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응답했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 9월 13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68명이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21일 이낙연 국무총리도 합세해 특수학교 설립을 도와달라며 국민들에게 호소한 것.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9월 25일·11월 21일 각각 특수교육대상자가 일정 수 이상인 시·군·구에 특수학교 설립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과 학교용지 확보 특례대상에 특수학교를 지정하도록 하는 ‘학교용지 학보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9월 28일에는 특수학교 설립과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의 ‘특수학교 설립을 통한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 촉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정부는 구체적인 정책발표로 장애학부모의 마음을 달랬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이달 4일 ‘제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2018~2022)’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전국에 특수학교를 22개 이상 짓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여기에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균등하고 공정한 교육기회를 보장키 위해 2022년까지 특수학급을 1만 325학급에서 1만 1575학급 이상으로 확대하고 특수학교 정원(1173명, 올해 기준)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이제 공은 교육부와 특수학교 설립 예정지역의 교육청에 넘어갔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과정에서 발생한 주민들의 지역이기주의가 다른 특수학교 설립예정지에서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교육부와 해당 지역교육청은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과정에서 일어난 갈등을 살펴보고 다시는 장애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자녀의 교육 문제 때문에 길거리에 나오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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