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생활 중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지 못해 욕창상태가 악화된 장애인의 건강권 침해 문제를 두고 법정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경추·요추손상으로 인해 대소변장애가 있는 지체장애인 정씨는 욕창발생에 대한 우려로 ‘본인이 사용하던 팬티형 기저귀를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교도관에게 요청했으나, ‘사회에서 가져온 물품은 쓸 수가 없다’며 장애유형 및 정도에 따른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신체부위에 심각한 욕창이 발생, 교도관에게 지속적인 고통 호소와 치료 요청을 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어 정 씨의 욕창상태가 악화됐다.

이에 지난해 9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구금생활 중 욕창이 발생했으나, 정당한 편의제공은 물론 최소한의 치료조차 받지 못한 정 씨를 대리해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7민사단독 재판부는 ‘원고에게 발생한 욕창이 공무원의 과실에 의해 발생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소송을 진행했던 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장애인 수용자에게 법에 따른 최소한의 정당한 편의도 제공하지 않고, 이에 따라 심각한 욕창이 발생했음에도 치료는 커녕 어떤 적절한 조치도 이행하지 않았던 국가의 책임을 전면 배제한 것”이라며 1심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당사자 정씨는 “욕창이 발생하고 ‘제발 소독이라도 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에도 해당 교도관들은 수용자라는 이유만으로 적절한 치료를 해주지 않았다”며 “그 때의 그 억울한 심정을 잊을 수가 없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1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한 법원의 잘못된 판단에 불복해 지난 8월30일 항소를 제기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는 구금시설 수용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하고(제5조), 교정시설의 장은 수용자의 장애 정도를 고려해 그 처우에 있어 적정한 배려를 할 의무가 있다(제54조)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26조(수용자의 물품소지) 및 ‘영치금품 관리지침’ 제25조(영치품 소지 및 보관 허가기준 등)에서는 교정시설의 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애인 수용자의 수용생활에 필요한 물품사용을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제30조(위생·의료 조치의무), 제36조(부상자 치료)등에서는 장애인 수용자가 장애와 관련된 질병에 걸리는 경우 즉각적인 치료를 제공하여 수용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항소심을 통해 해당 법원이 지체장애인 정씨에 대한 고통과 위협적이고 반인권적인 현 구금시설의 행태에 국가의 책임을 온전히 인정해 줄 것을 고대하며, 구금시설 내 장애인 수용자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날까지 엄중히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