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전용주차구역 모습.ⓒ에이블뉴스DB

임산부도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할 수 있는 내용의 일명 ‘임산부 주차장법’을 두고 장애인들이 조심스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7월 2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는 지난 4월 MBC 인기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국민회의 특집에서 국민의원 제안 법안 가운데 하나다. 이날 국민의원으로 출연한 한 임산부는 현행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일부 지자체에서 임산부 주차구역의 규격을 넓게 만들어 놓은 곳도 있지만 대부분 일반 주차구역과 동일해 임산부들의 부른 배가 끼게 된다는 것.

이 출연자는 “문을 열면 옆 차에 배가 긁히면서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장애인 주차구역은 많이 비어있다. 임산부도 사회적 약자로 배려를 해서 같이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을 계기로 김 의원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장애인 및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으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발의, 임산부도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자격 기준은 장애인 중에서도 보행상 장애인에 해당해야 가능하다. 목발이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경우 차를 타고 내릴 때 더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하며, 보행 안전 통로가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만삭 임부는 일반 주차구역에서 주차할 때 좁은 틈에 몸이 걸려 하차가 불가능하거나 하차 시 복부에 고통을 느끼는 등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며 “저출산 상황에서 더욱 배려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고 법안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4월 무한도전 국민회의 특집에서 제안된 ‘임산부 주차 편리법’.ⓒ방송캡쳐

하지만 이 같은 ‘임산부 주차장법’이 장애인들에게 썩 반갑지는 않다. 임산부도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부분은 공감하지만, 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의 주차공간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동휠체어 이용 장애인 A씨(지체1급)는 "평소 운전을 하면서 장애인주차구역에 비장애인이 주차하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봤다. 장애인마크가 있어서 말도 못하고 답답한 경우가 많았다. 현재도 장애인주차구역이 부족한데 임산부까지 확대하는 건 사실상 현실성이 부족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주차구역이 늘어나면서 허용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현재로써는 임신 여부 시비도 많이 붙고 부작용이 많을 것 같다"며 "이런 법안이 통과되면 나중에는 아이가 있는 사람도 장애인주차구역을 허용해야 한다고 나올까봐 두렵기도 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수동휠체어 이용 장애인 B씨(지체1급)도 "원칙적으로는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하는 국가이니까 임산부에게 허가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휠체어 타시는 분들이 주차 문제로 사회활동도 어렵고 불법주차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것들에 대한 정리를 전제하지 않고 임산부에게 바로 허용하는 것은 반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임산부들은 병원을 방문할 때 인적서비스를 통해 발렛파킹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장애당사자들은 전혀 없지 않냐. 사실 이런 문제로 계층 간 위화감까지 들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고 안타까운 문제"라고 토로했다.

한편, ‘무한도전’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도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를 찾아볼 수 있다.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한 엄마라는 C씨는 “장애인주차장은 쓰는 이가 없어 남아도는 자리가 아니라 정말 꼭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순간에 그 자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비워져 있는 자리”라며 “장애인 주차장은 모든 장애인분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부득이하게 나눠야 한다면 이러한 분들(보행장애가 아닌 장애인)을 위해 나누는 것이 맞다”고 게시글을 올렸다.

보행장애인 D씨는 “일반석에 주차하고 휠체어를 내리는 장애인을 본 적이 있냐. 불편함이 아닌 아예 불가능이다. 소수장애인들보다 다수인 임산부 비율로 볼 때 주차공간이 임산부 공간으로 대부분 차지될 게 뻔하다”며 “휠체어, 강직, 출입구까지 등등 여러 불편에 대해 모르고 한 내용이지만 휠체어에 의존하는 장애인들은 왜 생각조차 못 하냐. 보행장애인은 극소수니까 의견 듣지도 않고 무시당해도 괜찮냐”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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