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2017 대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도 차별 없이 평등하게 투표하고 싶습니다.”

2017 대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대선연대’)는 19대 대선 당일인 9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 참정권이 침해 받고 있는 현실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6개 사안이 담긴 요구안을 제시했다.

대선연대에 따르면 19대 대선 사전투표소 3516곳 중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은 18.3%인 644곳이었다. 당연히 100%가 돼야 하는 본 투표소 중에서도 600여개는 장애인들이 들어갈 수 없다.

청각장애인은 수어통역사가 없어서, 시각장애인은 장애인용투표보조용구가 너무 불편해서, 발달장애인은 자신을 위한 투표안내문이나 그림안내 등이 없어서, 이렇게 모두 나의 장애가 투표과정에 장애가 되면서 그렇게 소중하다는 투표권 한 표를 눈앞에서 포기해야만 하는 현실이라는 것.

실제로 지난 4일와 5일 치러진 사전투표에서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지하나 2·3층에 투표소가 있어 투표 진행이 불가했고, 리프트가 있지만 무거워서 전동휠체어는 사용할 수 없었다. 또한 장애인이 투표소 접근이 불가하자 그때서야 임시기표소를 들고 와서 설치하고 투표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투표할 수 없는 경우 차량이동지원을 해준다는데 안내해주는 사람도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도 없었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어 있다고 하지만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어느 투표소에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어 있는 지 전혀 확인할 수도 없었다.

장애인의 기표를 도와주는 보조용구에 대해서는 안내해주는 사람도 없고,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용 점자투표보조용구가 기표용지를 맞추기 어렵게 제작됐다.

선거과정에 있어서도 투표하러 온 장애인에게 갑자기 사전투표 진행일지에 기록해야하니 장애등급과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면서 기록했는데 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이며, 당사자의 요청이 있음에도 활동보조인이 투표 지원할 수 없다고 강제적으로 거부했다.

여기에 선거참관인으로 참여하면 투표함이 최종 이동하는 과정에 함께 이동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참관인인 장애인에게 차량이 없으니 함께 갈 수 없다고 하면서 투표함 이동에서 배제시키는 등의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선연대는 중앙선관위에 ▲모든 투표소의 장애인 접근성 확보 ▲투표과정에서의 모든 정당한 편의 제공 ▲선거사무원 등 관련자들의 장애인지원에 대한 교육 강화 ▲모든 투표과정에서 장애인당사자의 직접 참여에 대한 권리 보장 ▲장애인거주시설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모든 투표소의 장애인 접근성 확보와 관련해서는 모든 투표소를 1층 배치 원칙으로 하고, 1층 이상일 때 반드시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출입구에는 장애인이 안전하게 출입할 수 있는 경사로, 출입구와 투표소 내부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럭,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안내판(그림, 사진 등) 설치를 제시했다.

투표과정에서의 모든 정당한 편의 제공과 관련해서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사 배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투표용지와 확대경 비치, 발달장애인·노약자 등 글씨를 읽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그림 등 알기 쉬운 방식의 안내판 설치를 요구했다. 여기에 기표대 높낮이 조절, 기표소 내 양손 장애인을 위한 고정핀, 휠체어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기표소의 폭 확보, 휠체어의 출입을 고려한 기표소 설치, 출입문의 크기 등 모든 정당한 편의 제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선거사무원 등 투표소 관련자들에 대해 장애유형별 안내를 위한 사전교육을 진행 하고장애인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 발생 예방을 위한 강력한 지침 등을 제시할 것,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상충되는 차별조항을 담고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위해 모든 가능한 방법 강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장애인거주시설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과 관련해서는 거소투표의 경우 반드시 거동이 매우 불편한 당사자 중 본인의 선택에 의해서 참여하도록 하고, 대상자가 아님에도(이동이 가능한 경우) 거소투표를 하는 경우가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감독할 것 등을 요구했다.

대선연대는 “현재 모든 선거에 대한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은 장애인의 투표소 접근성, 수어통역사 배치, 장애유형별 정보제공 등 장애인의 정당한 편의지원과 관련한 조항들은 단 하나도 의무이고 강제인 조항이 없다”면서 “하면 좋고 안 해도 크게 문제없는 법의 느슨함 속에서 장애인의 참정권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명확히 금지하고 있는 차별행위이기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공직선거법의 장애인차별 조항에 대한 개정을 끊임없이 요청하고 있다”면서 “투표권은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권리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가기 위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보장받아야하는 뿌리와 같은 권리”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직선거법 제6조 선거권행사의 보장에는 “국가는 선거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명시됐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7조(참정권)에서는 “국가·지방자치단체·공직선거후보자·정당은 장애인이 선거권, 피선거권, 청원권 등을 포함한 참정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정당한 편의제공을 의무화하고, 모든 정보를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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