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양정호씨는 지난 9일 두줄로 설치된 문정동 그린공원의 선형블록을 점검하며 한쪽 발은 땅에 한쪽 발은 선형블록에 놓고 흰지팡이로 걸어야 하는 불안정한 상태가 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태

본지는 지난 8일 “서울동부지법 앞 그린공원 선형블록 '무용지물'”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방법원 앞 그린공원에 규격 외 제품으로 설치된 유도용 선형블록이 제 기능을 못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설치된 선형블록이 4개의 돌출선이 아닌 2개의 돌출선으로 시각장애인이 발로 밟거나 흰지팡이로 감지했을 때 혼동을 초래하고, 인지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유도용 선형블록은 시각장애인의 방향을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이를 위해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에 관한법률'에서는 크기는 가로, 세로 30x30cm인 것을 표준형으로 하며, 높이는 바닥재의 높이와 동일해야 한다. 또한 블록 당 4개의 돌출선을 가진 것을 표준형으로 하고 있으며 돌출선은 상단부평면형으로 하고 높이는 5±1mm로 해야 하도록 하고 있다.

공원 내에는 유도용 선형블록과 우선멈춤을 알려주는 점형블록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지만, 설치를 한다면 관련 법 규격에 맞게 설치해야 하는 것이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보도 후 관련 전문가와 단체에 이 문제에 대해 물어 봤는데, 시급한 개선과는 동떨어진 답변이 나왔다.

그린공원 시공을 한 서울주택도시공사에 자문한 건국대학교 이주형 연구원은 통화에서 “공원 내에는 점자블록(선형·점형블록)을 설치하라, 마라하는 법규가 없으며 선형블록 4줄로 설치하면 휠체어 및 노약자 보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이진원 팀장은 “연합회의 의견은 산책로 구간에는 우선적으로 (규격에 맞는) 선형블록을 설치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만 그린공원에 설치된 시설(선형블록)도 어느 정도 시각장애인의 산책로 보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허나 이와 같은 사례를 무분별하게 일반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이에 지난 9일 시각장애인당사자인 양정호(시각1급)씨, 서울 송파구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이태호 사무국장 등 관계자와 함께 그린공원을 찾아 돌출선이 2개인 선형블록이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점검했는데 혼동을 줘 불편을 물론 안전사고의 우려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씨는 돌출선 2개인 선형블록을 손으로 만져보고 걷기 체험을 해본 뒤 불편하고,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씨는 “원래 시각장애인들은 4줄로 설치가 된 익숙한 선형블록을 이용을 하다가 두 줄의 선형블록은 익숙하지 않다”면서 “선형블록이 (매립이 아니라 붙여 놓은 것이어서) 조금 높아 걸려서 넘어질 위험도 있다. 그리고 한쪽 발은 땅에 한쪽 발은 선형블록에 놓고 흰지팡이로 걸어야 하는 불안정한 상태로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 사무국장은 “두 줄로 설치된 선형블록이 규격 외 제품으로 매립형이 아닌 바닥에 붙여 놓아 잘 떨어져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송파구청과 서울주택도시공사에 문제를 제기, 철거하고 규격에 맞는 제품을 설치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조금 지켜봐 달라”면서 “(개선을) 안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방치하지 않고, 시각장애인들에게 (불편 등) 옳지 않은 문제에 대해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양정호씨가 지난 9일 두줄로 설치된 문정동 그린공원의 선형블록을 손으로 만져보고 있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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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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