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0일 제36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 모습.ⓒ에이블뉴스DB

[2016년 결산]-⑩ 장애인식개선

올해 2016년 장애계의 시작과 끝은 ‘투쟁’이었다.

정치참여가 물거품 된 제20대 국회에 대한 범장애계 투쟁을 시작으로, 30도가 넘나드는 더위 속 발달장애 부모들의 릴레이 삭발, 활동보조 수가 동결에 대한 삭발, 1인 시위, 12일간의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특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장애계는 시국선언을 통해 국가적 이슈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시외이동권, 장애등급제 등 풀리지 않는 장애계 숙제에 대한 투쟁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에이블뉴스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100위까지 순위를 집계했다. 이중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10개를 선정해 한해를 결산한다. 마지막은 여전히 갈 길이 먼 ‘장애인식개선’이다.

“우리 함께 맞춰가요, 하나, 말할 땐 눈높이를, 둘, 걸을 땐 발걸음을”

올해 4월20일, 보건복지부는 제36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을 선포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차별, 비하에 대한 대국민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였죠.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축사 또한 “국민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2016년이 저물어 가는 현재, 복지부의 캠페인은 허울뿐이었나 봅니다. 지난 7월 지적장애인이 20년간 노동착취를 당한 축사노예 사건을 시작으로, 타이어노예, 토마토 노예 등 지적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이 언론을 장식했고요. 남원 평화의 집, 대구시립희망원 등 시설 인권침해 사건도 줄지어 나왔습니다.

멀리 떨어진 시골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장애인 차별도 만연합니다. 지난 4월 젊은 층에서 ‘핫’하다는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술집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거부당한 건데요. 법적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항의를 해도 “음식을 관리하는 곳”이라며 출입을 거부하고, 비웃기까지 했습니다. 이는 SNS상에서 화제가 되며 누리꾼들의 많은 공분을 샀습니다.

사실 안내견 출입 거부는 하루 이틀이 아니죠.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시각장애인들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복지부에서도 홍보를 하고 있지만, 왜 아직도 모르는 사람은 계속 나오고 있을까요?

6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글로벌 SPA 업체인 자라 매장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이유로 출입을 제한받기도 했습니다. 이는 에이블뉴스 독자 박윤영씨가 기고를 통해 알린 부분인데요, 직원 말에 따르면 예전 매장 내에서 전동휠체어와 어린아이가 부딪쳐 아이의 다리가 골절됐답니다. “그래서 수동휠체어만 허용하고 있다”는 직원의 ‘앵무새’ 와 같은 설명 속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조인성이 척수장애인으로 등장했던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한 장면.ⓒ에이블뉴스DB

답답한 마음에 TV를 켰습니다. “세상에 모든 남자가 되지만 유부남과 장애인은 안 돼!” 마찬가지네요. 조인성이 척수장애인으로 등장했던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속 대사입니다. 물론 누구보다 장애인을 잘 아는 장애인 가족으로서 설움을 표현한 부분이었지만, 시청자들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라며 항의했고, 제작진의 사과로 마무리됐죠. 결국 장애인 사위를 인정하는 내용으로 종영됐지만, 장애인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더 보여줬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올해 최고의 유행어 “~하시지 말입니다”를 탄생시킨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에도 장애인 캐릭터가 나왔습니다. 하반신마비의 병리과 여성 전문의 표지수 역이었는데요. 그녀의 성격은 적극적이고 거침이 없지만 의사로서의 역할을 보여주지 않아 단순한 장식에 불과했다는 평입니다.

부족한 장애인식은 “올바른 장애인식개선교육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지난 6월말부터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초‧중‧고등학생, 공공기관,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 특수법인 등은 1년에 1회 이상 의무적으로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교육은 대부분 강당 한 곳에 모여서 동영상을 보거나 안대를 끼고, 휠체어를 타는 장애체험 등으로 이뤄진 것이 사실입니다. 당장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봐도 흰 지팡이를 짚은 채 안대를 낀 학생들, 공직자들의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장애인, 참 힘들겠네요” 안대를 벗은 이들의 소감은 여기서 끝이 아니어야 합니다. 그 어려움이 비장애인 중심적인 제도, 사회 환경에서 나온다는 점까지 끌어내야 합니다.

물론, 교육을 하는 강사의 자질과 질 좋은 교재 제작도 필요하겠네요. 이 모든 것들은 복지부의 ‘예산’이 없다면 이뤄질 수 없습니다. 한국장애인재단 서인환 사무총장도 최근 에이블뉴스 칼럼을 통해 총 100억 원 정도로 수치까지 제시했고요.

“우리 함께 맞춰가요, 하나, 말할 땐 눈높이를, 둘, 걸을 땐 발걸음을” 캠페인을 기억하는 사람은 저 뿐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부 그리고 우리사회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하고 계십니까?

지난 4월20일 제36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선포된 장애인식개선 캠페인.ⓒ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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