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4회 아고라’를 개최, 장애인의 지하철 이용실태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에이블뉴스

1일 평균 약 720만 명이 이용하고 있는 지하철.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고통수단”이라며 불편함에 대한 항변이 이어졌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4회 아고라’를 개최, 장애인의 지하철 이용실태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정부는 지난 2005년 교통약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및 동법 시행령·시행규칙을 제정해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수월히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반면,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 사고가 수차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법이 보장한 안전장치의 부재와 관계부처의 안일한 태도, 그리고 장애인을 시혜적, 동정적으로 바라보는 편견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장애인 우선 탑승에 대한 인식 부분도 부족하다.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윤택 소장, 울림터 과천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경신 팀장, 굿잡자립생활센터 이원준 활동가, 서울메트로 이종우 건축처장.ⓒ에이블뉴스

■편의시설 부재…찾기도, 타기도 겁나요=먼저 스크린 도어, 안내표지판, 단차 등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부족한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공포스러운 스크린도어와 단차 및 간격, ‘무릎지뢰’인 불법 볼라드, 미아로 만드는 안내표지판 문제가 중점 타격됐다.

전맹 시각장애인인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윤택 소장은 평소 흰 지팡이를 짚고 다니면서 매일 같이 공포를 느낀다.

강 소장은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공포스러운 것이 스크린도어가 없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보면 코레일 구간에 스크린도어가 없다. 특히 문제는 스크린도어가 다 없으면 매번 조심해야 하지만 어떤 역은 있고 없고 한다"며 "추락사고로 다치고 사망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CCTV를 보고 자살 오해를 사기도 했다. 스크린도어의 설치는 당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소장은 "최근 대리석으로 만든 의자들과 불법 볼라드도 문제다. 센터가 신대방삼거리역에 있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리는 지점에 볼라드가 있다. 높이도 미묘하고 강철로 만들어져 굉장히 아프다"라며 "대리석 의자도 중구난방으로 깔아놓다보니 최근 부딪혀서 정강이뼈가 부서질 뻔했다. 일정한 공간에 해놓고 점자블록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척수장애인인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송치현 강사는 "안내표지판이 문제다. 휠체어석을 찾아서 이동하는데 호선마다 관리하는 공사가 다르다보니 휠체어석이 각각 다른 곳에 있다. 어떤 곳은 바닥에 안내표지판이 있기도 하고 스크린도어에 있고 심지어 벽에 있는 경우도 있다"며 "일일이 찾아서 이동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고,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눈높이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굿잡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원준 활동가도 "직업군인이었기 때문에 전술훈련 하면서 목표점을 찾는데 문제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녀보니 미아가 된 것 같다. 나이 드신 분들은 안내표지판을 찾기 더욱 힘들 것"같다"며 "각각 호선별로 공사가 따로 운영되더라도 공통적 문제에 대해서는 통일성 있게 눈에 띄게 방향을 알려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울림터 과천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경신 팀장은 “지하철을 탈 때면 어떻게 뚫고 들어가야 하는지 항상 고민된다. 가장 큰 문제는 단차가 굉장히 넓다. 4호선을 중심으로 구간별 단차를 조사한 적 있는데 10~20cm의 차이가 있었다”라며 “단차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휠체어 발판을 준비해준다면 마음 편하게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메트로 이종우 건축처장은 “기본적으로 역사마다 운영기관이 다르다보니 주어진 환경이 다 달라 이용이 더 어려웠을 것”이라며 “서울시의 경우 단차 문제는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며 동일하게 높여서 단차 문제를 대부분 해소 했다. 일부 생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처장은 “간격 부분은 자동식 안전발판 추진을 고민 중이다. 먼저 철도공사가 금년 말에 3개역에 안전발판을 설치하고 3개월간 안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문제가 없다면 서울메트로도 설치할 예정”이라며 “현재까지는 이동식 안전발판을 비치해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내표지판 문제에 대해서는 “외국인도 처음 오면 헤맨다. 장애인 단체를 통해 안내를 따로 제공하겠다”는 답변을 내놔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조직실장은 “모든 장애인이 단체의 회원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정보 제공을 해둬야 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송치현 강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조직실장, 서울메트로 이종우 건축처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에이블뉴스

■‘보장구 위험’, ‘시간 많은 장애인(?)’=지하철이 ‘고통수단’이 된 이유에는 인식개선 부분도 빠질 수 없다. “몸도 불편한데 왜 나와?” 라는 모욕적인 발언부터 엘리베이터 앞에서 “사람 먼저 탑시다”라며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새치기 하는 경우도 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인 경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원식 활동가는 “9호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퇴근시간에는 막혀서 탈 수 가 없다”며 “장애인이 배려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치현 강사는 “강의를 하러 다니다 보니 시간을 잘 맞출 수 있는 지하철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데 한 번은 환승하는 과정에서 리프트가 고장 났다. 그런데 직원이 ‘다른 역으로 이동해서 환승하라’고 말했다”라며 “장애인들은 시간이 많을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었다. 직원조차 인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애린 조직실장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다보면 ‘전동휠체어, 스쿠터 이용 장애인들 탈 때 조심조심 타주세요. 고장이 잦을 수도 있다’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기분이 나쁘다”라며 “대부분 고장 원인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과부하로 인해 고장이 나는 것이다. 이 문구는 장애인을 위험요소로 보는 차별”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이종우 처장은 "시설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을 반영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인식개선 분야에 대해서는 떨어지는 것이 있다"며 "올해도 후반부에 장애인단체와 인식개선 부분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관련 부에 얘기해서 지속적으로 직원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은 "장애인들이 탑승이 어렵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탑승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출입 공간에 공간을 표시해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나 유모차 공간을 비워두길 바라는 ‘공존’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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