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언제쯤 오시나요?” 떨리는 마음으로 단장을 마쳤다. 오늘도 하염없이 ‘그’를 기다려야 한다. 전화가 울리면 혹시나 ‘그’가 왔을까 기대하지만, 아직 아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그’를 꼬박 밖에서 기다리느라 올 여름에는 매일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내 모습이 초라해 잠깐 집에라도 들어갈까 하면 불쑥 ‘그’가 올까봐 발끝도 떨어지지 않는다. 시계바늘이 움직일 때마다 내 가슴은 조여 온다. 한 시간이 흘러서야 미안한 기색이 없는 무심한 ‘그’가 도착했다. 화색이 돌며 “감사합니다”고 외쳤다. ‘자존심도 없지’ 오늘도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는다. 그렇다고 차마 미워할 수 없는 그 이름. 아, 잔인한 ‘그’의 이름은 장애인콜택시리라.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콜택시를 탑승하는 시간은 약 30분 내외지만, 이용을 위한 대기시간이 평균 45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출, 퇴근시간의 경우 배차시간이 1시간까지 늘어나고 있는 것.

경기복지재단 이병화 연구위원이 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제45회 RI코리아 국제컨퍼런스’에서 장애인콜택시 빅데이터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에이블뉴스

경기복지재단 이병화 연구위원과 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양희택 교수는 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제45회 RI코리아 국제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장애인콜택시 빅데이터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5월 10만건의 운행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한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 운행 빅데이터와 지난 2014년 12월 중순부터 2015년 1월 초까지 23일간 이뤄진 14개 시군이동지원센터 조사 자료와 이용자 183명을 분석한 경기도 장애인 콜택시 운행 및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했다.

기본적인 운행대수는 서울시는 법정대수 420대를 초과한 특장차 432대, 다인승 버스 1대, 비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도급 개인택시 50대 등 총 474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도는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법정대수 550대에 약간 못 미친 493대를 운영 중이다.

콜센터, 콜택시 운영시간을 보면, 서울은 24시간 연중무휴로 진행되는 반면, 경기도는 대부분 24시간 운ㅇ행하지만, 몇몇 시군은 오후 1시 이후 새벽은 운행하지 않는다. 요금은 기본 5km 1500원, 10km까지 1k,당 300원이다. 경기도는 기본 최저 1000~2000원 수준이다.

구체적 분석 결과, 먼저 장애인콜택시 이용 장애인들은 주로 서울에서 출발해 94.6% 수준으로 서울로 도착하는 노선을 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월 약 5.4%, 5500여건이 경인지역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이는 1일 약 180여건에 이르는 수치다. 또한 출발지와 목적지가 동일한 구인 경우가 매우 높았다.

이용시간은 정오 12시가 가장 높았다. 오전 10시, 오후3시, 오후1시와 2시의 순서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주로 출퇴근 시 이용하는 비장애인과의 차이가 있다. 서울지역 이동목적은 주로 대체로 귀가, 기타, 치료, 재활을 목적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로 병원치료, 장애인단체 및 복지관 이용, 직장 출퇴근 순이었다.

주로 이용하는 장애유형은 ‘뇌병변장애인’으로 조사됐다. 약 42%로, 지체 33%, 복합장애 11% 순이다. 이는 지체장애인의 경우 자가용이나 독립보행 등 다른 이동수단을 많이 이용하지만, 뇌병변장애의 경우 다른 이동수단 이용이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제45회 RI코리아 국제컨퍼런스’ 속 조사와 홍보분과 섹션 모습.ⓒ에이블뉴스

장애인콜택시 이용 장애인들의 가장 큰 불만, 배차지연도 심각했다. 탑승시간이 약 30분 내외인 반면, 기다리는 시간이 평균 45분 수준인 것. 특히 오전 8~10시, 오후 5~7시 사이 약 60분으로 늘어난다.

또한 서비스 만족도와 관련, 가장 불편한 점으로 ‘원하는 시간에 예약이 되지 않아서’가 30%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필요한 시간에 이용이 어려워서’ 24.2%, ‘운행구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19.8%, ‘콜센터 전화 연결이 어려워서’ 11.3% 순이었다.

이병화 연구위원은 “장애유형별로 이용과 관련한 사항은 큰 차이가 없었는데, 배차지연이 평균 45분대로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다. 특히 출퇴근 시간이기 때문에 교통사정의 문제라고 볼 수 있겠으나 대부분 동일지역”이라며 “같은 지역에 콜을 부르는 사람끼리 함께 이동할 수 있는 등 배차가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평소 장애인 콜택시를 많이 이용하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는 “장애인 콜택시 이용을 병원치료가 가장 많다고 하지만, 장애인의 일사 활동의 중요성이 병원이 우선이 되선 안 된다”며 “쇼핑하려고 콜택시를 타면 화를 내는 기사분이 있다. 일하는 사람이 타야지, 왜 일상적인 활동하면서 콜택시를 이용하냐고 묻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김 대표는 “장애인들은 저상버스나 다른 대중교통을 잘 이용할 수 없어서 콜택시를 타는 거다. 장애인 삶의 활동에 중요성 가치를 누가 인정하고 누가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장애인 콜택시는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만큼 이용할 수 있도록 더욱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제45회 RI코리아 국제컨퍼런스’ 1섹션에서 토론중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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