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전국에서 모인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중계기관 관계자들이 정부를 향해 활동지원서비스 수가 현실화를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수가가 동결되면 어떤 활동보조인이 우리에게 서비스를 지원할까요. 결국 우리는 방구석에서 나오지 못한 채 천장만 봐야할 것입니다."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으면서 제가 아버지 역할을 훌륭하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게 다 활동보조인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분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제공기관협의체(이하 협의체)가 29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는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와 함께 강경 투쟁 발언으로 가득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2017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수가를 9000원으로 동결하고, 정부예산안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 앞에는 전국에서 상경한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제공기관 관계자 등 300여명이 운집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 당사자의 자립을 위한 주도적 선택권과 완전한 사회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서비스로 자립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다.

제도는 2007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11년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시행됐다. 2016년 현재 수급자 6만 1000명, 지원인력 5만 4000명, 제공기관 920여 곳, 약 5000억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활동지원제도가 시행된 지 5년. 비현실적인 활동지원서비스 수가 9000원은 활동보조인과 제공기관 모두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

활동보조인은 수가의 75%인 6800원을 시급으로 받고 있어 월 급여 환산 시 117만 976원으로 최저임금(126만 270원)에 못 미치고 있다.

활동보조 제공기관은 수가의 25% 안에서 근로기준법이 명시하고 있는 법정수당과 퇴직금 및 연차수당, 4대 보험료, 담당자 인건비, 배상책임보험 등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수가로 인해 최저임금법 위반, 법정수당 미지급 등 범법자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장애인계는 그동안 정부와 국회를 향해 활동지원서비스 수가를 1만원이상으로 인상, 현실화할 것을 촉구해 왔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복지부가 장애계의 의견을 청취한 후 당초 9900원의 수가를 기재부에 올리고, 여러 차례 논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기재부가 2017년 장애인활동지원 수가를 올해와 같은 9000원으로 동결하고, 정부예산안을 확정지었을 뿐이다. 이제 국회에서의 증액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왼쪽부터)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보조위원회 임형찬 위원장,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동희 소장, 한소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차영식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보조위원회 임형찬 위원장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으면서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아버지 역할을 훌륭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다 활동보조인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그 분들(활동보조인)은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주가 일을 시키고 임금을 안주면 정부는 벌금을 부과하거나 잡아간다. 그런데 정부의 태도는 우리보고 오히려 그런 짓(임금채불 등)을 하라고 하고 있는 꼴"이라면서 "이번 투쟁에서 꼭 승리를 해서 활동지원 서비스 수가 현실화를 이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동희 소장은 "기재부가 2017년도 활동지원서비스 수가를 9000원으로 동결했다. 내후년에도 9000원으로 동결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떤 활동보조인이 우리(장애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결국 우리는 방구석에서 천장만 바라보면서 있을 수밖에 없다. 활동지원서비스 수가 현실화에 대한 명확한 목소리가 나올 때 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소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차영식 활동가는 "활동지원서비스 수가 현실화가 절실하지만 정부는 9000원으로 동결했다. 참담하고 비참한 소식에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면서 "우리 장애인을 사지의 구렁텅이로 몰고 있는 정부 예산안은 폐기돼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만약 정부가 이대로(동결된 활동지원서비스 수가) 예산안을 강행하고 국회가 정부안대로 통과시킨다면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중증장애인 당사자와 활동보조인, 제공기관은 죽기를 각오로 투쟁해 정당한 수가를 쟁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위원장, 정의당 윤소하 의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에이블뉴스

특히 기자회견에 참석한 야당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의 증액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장애인들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여러분들이 국회 앞으로 나오지 않도록 활동지원서비스 수가 현실화를 이뤄냈어야 하는데 미안하다"면서 "여러분들의 요구안이 관철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오만방자한 기재부가 활동지원서비스 수가를 9000원으로 동결했다"면서 "정의당은 여러분들과 끝까지 하면서 활동지원서비스 수가 현실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정중규 비상대책위원도 현장을 찾아 활동지원 수가 현실화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며 당 차원에서 노력할 뜻을 밝혔다.

한편 협의체는 내년 활동지원서비스 수가 현실화가 가능한 예산이 반영될 때까지 정부를 대상으로 강경 투쟁을 전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제공기관 관계자들이 정부의 활동지원서비스 수가 동결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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