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대 소방안전관리과 최규출 교수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난취약계층 장애인 등의 재난안전관리 현황과 전망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 장애인을 위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의 필요성을 제언했다.ⓒ에이블뉴스

재난취약계층인 장애인이 화재 및 재난 발생 시 신속하고 안전하게 피난할 수 없는, 그럼으로 인해 재난 안전 관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장애계에서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이슈다. 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한 재난 관련 법률이 없을뿐더러, 대응책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재난취약계층인 장애인 특성을 고려한 피난시설 설치를 위한 법률 개정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졌다.

동원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최규출 교수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난취약계층 장애인 등의 재난안전관리 현황과 전망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 장애인을 위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재난화재 빈번, 뼈대만 있는 소방시설법-=장애인 재난화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언론보도를 통해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6월24일 경기도 여주시 지체장애 1급 하모씨가 아무도 없는 사이 휩싸인 불길을 피하지 못해 사망했다. 장애인사고는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총 1256명 사상자 중 장애인 사상자가 61명, 4.9%를 차지했다.

재난에 대처하지 못한 장애인들을 위한 대책 필요성이 제기되며, 소방관련법에도 ‘장애인’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올해 1월27일 개정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속 ‘편의증진법에 따른 장애인 등이 사용하는 소방시설을 설치’토록 개정된 것.

하지만 소방시설 설치만이 명시됐을 뿐, 구체적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이에 한국장애인연맹은 피난시설 설치기준을 위해 연구팀을 구성해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연구를 진행했다.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난취약계층 장애인 등의 재난안전관리 현황과 전망에 관한 토론회’ 모습.ⓒ에이블뉴스

■장애특성 고려한 피난시설 설치 필요=피난시설 설치 기준은 장애 유형, 피난 특성을 고려한 재난대응욕구를 반영해 보편적 재난 관리 지원 제공, 유니버설 디자인 접목, 위험상황의 장애특성을 고려하도록 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 등을 고려했다. 장애유형, 특성, 사용 적합성 등을 고려해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것.

구체적으로 특정소방대상물의 규모·용도·장애인 등의 사용적합성 등을 고려해 소방시설 종류 규정 및 주요 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이용자 피난 특성을 고려한 소방시설 종류·설치기준을 구체화했다.

조항 속 ‘장애인 등의 사용 적합성’을 넣어 보다 명확히 했으며, 장애인 등이 사용하는 소방시설을 구체적으로 기입했다. 노유자시설, 의료시설, 근린생활시설 중 입원실이 있는 의원·산후조리원 등, 업무시설 중 공공업무시설 등이다.

또한 문제는 여전히 특정소방대상물에 설치된 피난기구 범위가 제한된 점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피난기구는 특정소방대상물의 모든 층에 화재안전기준에 설치되도록 했으나, 피난층, 지상1층, 지상2층 및 층수가 11층 이상의 층은 제외된다. 최근 국민안전처의 입법예고안에는 지상1층, 2층만 반영됐을 뿐, 피난층과 11층 이상의 층은 반영되지 않았다.

최 교수는 “재난취약계층인 장애인은 저력으로 재난현장에서 벗어나는데 어려움이 있고, 수직방향으로 피난이 어렵다”며 “피난층, 11층 이상의 층에서도 장애인 등이 사용가능한 피난가구 설치를 통해 안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장애인 소방시설 종류와 기준도 마련했다. “소외 계층”으로 분류되는 장애인을 별도로 조항을 만들어 장애 특성과 유형을 총합적으로 고려한 것.

구체적으로 해당 층마다 수평피난을 위한 대피실 설치,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복합경보기, 복합유도등, 피난유도선, 수직피난 가능한 피난기구 등이다.

최 교수는 "재난취약계층의 재난안전관리가 재점검돼야 한다. 건축물 대형화에 따른 재난취약계층을 고려한 소방시설을 설치하고, 특성을 고려한 소방시설 설치 기준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강완식 정책실장,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에이블뉴스

■이룸센터 모의 훈련 한 번 뿐…안전 담보해야=이날 참석한 토론자들은 각 장애유형별로 재난안전관리 실태와 함께 각 장애 특성에 맞는 소방시설 설치 필요성을 제언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강완식 정책실장은 “시각장애인의 경우 현재 경보 설비로는 화재 정보, 안전한 피난 정보를 제대로 얻을 수 없다. 재난 발생시 대부분이 스스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각장애인 스스로 피난할 수 있는 유도로 확보, 정확한 안내를 통한 대응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이룸센터에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위한 피난도구로 KE-체어가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것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른다. 전동휠체어를 위한 피난시설은 없다”며 “6층의 2개의 사무실 공간은 방염‧방열처리가 되어있어 비상시 외부 유리창을 부수고 탈출한다는 시나리오가 있지만 평상시 훈련이 안되어있다. 이제까지 딱 한번 모의 훈련만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무총장은 “일본 오사카 빅아이 국제장애인교류센터의 경우 숙소의 외부 베란다를 열면 테라스와 같은 공간이 건물 주위로 연결이 되어 휠체어를 타고도 안전하게 외부로 대피할 수 있다”며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첨단의 장비를 개발 및 보급하고 반복적인 훈련만이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소방제도과 손정호 과장은 "장애인이 안전해야 모두가 안전해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고, 정부의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현장방문해 보니 피난기구 사용에는 한계가 있어 건축구조를 바꿔서 피난층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들었다"며 "오늘 주신 의견들에 대해 필요성과 효용성, 법적 안정성 등을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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