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정신장애인 당사자들과 관련단체가 강신명 경찰청장의 입장철회와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최근 강신명 경찰청장이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과 관련해 발표한 대책에 대한 정신장애인당사자와 장애인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27일에 이어 또다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모여 입장 철회와 함께 사과를 촉구한 것.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센터) 등 13개 단체는 31일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신장애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강 청장은 입장을 철회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센터에 따르면 강 청장은 23일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범죄위험 소지가 있는 정신질환자를 판단하는 체크리스트를 11월 중 만들고, 현장 경찰관이 의뢰하면 의학적 판단을 거쳐 지자체장이 입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더욱이 본인이 퇴원을 원해도 거부하는 조치까지 적극 검토하겠다고 한 것.

하지만 경찰의 이런 무책임한 태도는 절망을 딛고 살아가려는 정신장애인의 희망을 꺾고 디딜 곳 없는 절벽으로 몰아간다는 것이 정신장애인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강 청장의 대책발표와 언론보도가 있은 후 정신장애인의 대규모 채용을 준비하던 한 대형편의점 업체는 돌연 결정을 철회했고, 정신장애인을 채용 중인 사업체들은 전반적으로 고용유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와 부정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락우 대표, 정신장애인 당사자 활동가 신석철씨, 정신장애인 당사자 활동가 송수헌씨,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윤삼호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락우 대표는 "강 청장은 조현병을 갖고 있는 정신장애인을 범죄자로 보고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조현병 질환자를 모두 격리하면 건강하고 맑은 범죄 없는 세상이 되는 가?"라고 반문한 뒤 "강 청장은 조현병과 묻지마 범죄 간에 상관관계가 없음을 밝히고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활동가 신석철씨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때문에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위험하게 인식되고 사회로부터 격리돼야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실제로 대검찰청이 작성한 범죄분석 보고를 보면 범죄율이 비장애인의 10%밖에 안 되기 때문"이라면서 "강 청장은 행정입원 강화를 조장하는 대책을 즉각 철회하고 상처받은 정신장애인들에게 사과하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활동가 송수헌씨는 "강 청장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위험한 정신질환자를 찾아내겠다고 한다. 문항을 잘못 체크했다가는 경찰서로 끌려가게 생겼다"면서 "상식 이하의 발표만 할 게 아니라 당장 청장부터 정신장애인에 대한 공부부터 하라"고 비판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윤삼호 소장은 "이 문제(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가 사회 안전 문제로 발전될 조짐이 있다. 경찰은 여성의 안전문제가 커지면 자신들에게 책임이 돌아오는 것을 안다. 이 때문에 정신장애인에 의한 사건이라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이라면서 "과거에는 정신장애인의 소행이라고 갖다 붙여도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장애인단체들이) 끝까지 연대를 해서 강 청장의 사과를 받아내자"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정신장애인들은 경찰청 민원봉사실을 방문해 강신명 경찰청장 앞으로 보내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는 강 청장의 사과와 강제입원 강화대책 철회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락우 대표가 경찰청 민원봉사실에 서한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서한에는 강 청장의 사과와 강제입원 강화 대책을 철회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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