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천안고속도로 하행선 정안휴게소의 남성화장실 리모델링 공사 모습. ⓒ박종태

"장애인들은 무성의 존재 인가요?"

충남장애인인권연대 한창석 상임대표(시각장애1급), 휠체어 사용 장애인 박춘권 씨(지체장애1급)은 지난 18일 논산천안고속도로 하행선 정안휴게소의 남성화장실 리모델링 공사 현장을 찾아 분통을 터트렸다.

정안휴게소의 공사는 지난 9일부터 시작됐는데 남성비장애인화장실을 외부에 설치한 반면, 남성장애인화장실을 마련하지 않아 휴게소 내 여성장애인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본지는 지난 11일 '정안휴게소, 화장실 공사 남성장애인 배려 미흡' 제하의 기사를 통해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정안휴게소 측은 외부에 임시 남성장애인화장실도 설치할 뜻을 밝혔지만 16일 통화에서 '개선이 어렵다'고 말했다.

천안논산고속도로(주) 휴게소 담당자도 "상하행선 남성화장실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면서 "남성화장실 리모델링 공사 기간 중 여성장애인화장실 이용을 유도할 예정으로 공주시청 장애인 담당에게도 질의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남녀화장실 공사 기간으로 잡힌 오는 7월 7일까지 장애인들은 성별 구분 없이 공용으로 사용해야 한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건 없지만 장애인당사자를 비롯한 장애인단체는 장애인을 무성으로 취급하는 인권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날 한창석 상임대표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을 여성장애인들과 같이 사용하라는 발상부터 잘못 됐다"면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휴게소를 찾았을 때 느낄 차별 받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공사를 계획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면서 "임시 남성비장애인화장실을 설치한 만큼 임시 남성장애인화장실을 설치해야 하는 것은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시에 살고 있는 박춘권 씨는 "남성에게 여성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하라는 것은 인격을 무시한 처사"라고 분노했다.

한편 대전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9일 현장을 방문해 살펴본 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의 조치 여부를 검토하고,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편의시설지원센터는 정안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는 키다리식품(주)에 공문을 보내 성별을 구분해 장애인화장실을 설치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지난 18일 논산천안고속도로 하행선 정안휴게소를 방문한 박춘권씨는 "남성에게 여성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하라는 것은 인격을 무시한 처사"라고 분노했다.ⓒ박종태

논산천안고속도로 하행선 정안휴게소 여성화장실은 많은 여성들이 이용하고 있다. 남성장애인들은 리모델링 공사 기간 동안 여성화장실 입구에 설치된 여성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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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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