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고속버스를 타지 못한 휠체어 사용 장애인과 버스에 탑승하는 비장애인 모습. ⓒ에이블뉴스

설을 맞은 장애인들이 시외이동권 추경예산 확보를 위해 동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모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5일 오전 11시 광진구 동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장애인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국토교통부에 시외이동권 추경예산 확보를 촉구했다.

고속버스 탑승에 대한 장애인들의 요구는 3년전부터 시작됐다. 이러한 장애인들의 요구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4년과 2015년 '교통약자의 고속버스 접근권 확보를 위한 시범사업'으로 예산 16억을 편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예산은 당시 정부 최종예산안에 결국 반영되지 못했고 올해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추경예산 안에 계획조차 들어가 있지 않은 실정이다.

반면 예산이 없다던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언론을 통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해 일명 '누워서 가는 고급형 버스'를 도입, 시행한다고 밝혀 장애인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올해도 장애인들은 자신들이 침해받고 있는 시외이동권에 대한 현실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전장연은 홍천과 주문진, 강릉, 음성행 차표를 구매해 해당 버스에 탑승을 시도했지만 "버스에 탑승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버스에 탈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장애인들을 태우지 않고 떠나는 버스를 목격한 일부 장애인들이 해당 버스를 세우기 위해 가던 중 경찰에 가로막혀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보였고, 장애인들은 설에 고향을 못가는 현실을 꼬집는 윷놀이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전장연 조현수 조직국장은 "한 장애인이 자신의 아버지가 5년전 세상을 떠났지만 성묘를 5년째 못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고속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못가기 때문"이라면서 "장애인들을 위한 고속버스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형숙 상임대표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우리 장애인들이 탈 수 있는 버스를 찾아봤지만 탑승이 가능한 버스는 없었다. 우리는 언제 쯤이나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에 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장애인들이 마음대로 고속버스를 타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을 때 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녹색당 이유진 공동운영위원장은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중 하나이지만 정작 장애인은 명절에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에도 못가는게 현실"이라면서 "정부는 박정희 전 대통령 홍보에 1900억원을 쓴다고 하는데, 교통약자들을 위한 16억원은 왜 안쓰는지 의문"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이 '이동권은 기본권이다. 시외이동권을 보장하라!'라는 피켓을 목에 걸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들이 고속버스가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윷놀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장애인들. 설에 가족들과 윷놀이를 해야 하지만 고속버스를 타지 못해 고향에 못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에이블뉴스

경찰에 가로막힌 장애인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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