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14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안좋은 날씨 속에도 장애인들이 시청 앞으로 모인 것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서울장차연)가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굳은 표정을 한 장애인들은 서울시청에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진이 정립전자 비리 및 횡령 사태를 방기했다며 전원 해임을 촉구했다.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정립전자는 지난 1989년 설립됐다. 직원 160여명 가운데 장애인이 100여명에 이르는 근로시설로, 장애인들이 땀 흘려 이뤄낸 최대 규모의 장애인 사업장이다. 2011년에는 서울시로부터 우수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장차연에 따르면 지난 11월 초 정립전자의 원장과 본부장이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구속기소 됐다.

이후 12월 7일 서울동부지검은 정립전자가 총 348억원을 편취했고 허위 근로자 등재, 거래 업체와 허위 거래 등으로 A대표(44)와 B본부장(49)이 총 19억여원을 횡령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공공운수노조 정립지회 김재원 지회장은 "(검찰수사 결과)정립전자가 부당하게 취득한 돈이 무려 348억원이다"면서 "정립전자가 이 어마어마한 돈을 편취할 동안 이사진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진들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면 물러나는게 바람직하다"면서 "이사진을 퇴진시키고 서울시가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현 소장은 "정립전자는 수년간 348억원을 해먹었다. 정립전자를 총괄하는 이사회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하면 사람들이 웃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사람들은 물러나고 새로운 사람들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장차연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서울시청 장애인복지정책과 홍순길 과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면담에서 한국소아마비협회의 이사진 전원을 해임할 것과 상임이사의 정립전자 원장 임명 불승인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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