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 사용 장애인 생존권 보장 공동대책연대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근육장애인 회원.ⓒ에이블뉴스

26살에 창창한 청년을 둔 엄마는 내리쬐는 뙤약볕에도 국회 앞으로 나와야했다. 하루 종일 인공호흡기를 낀 채 생활하는 아들을 보며 엄마는 울 수만은 없었다. 오히려 강해져야만 했다.

“아들아 미안해! 호흡기 하나 지켜주지 못해서! 아들아 사랑해! 끝까지 지켜줄게, 엄마가 지켜줄게” 목 놓아 외친 전은순씨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를 지켜보던 근육장애인들의 마음도 숙연해진다.

“우리 환우분들, 오늘 이렇게 나오셔서 아프지 않으셨으면..너무 감정이 격해져서 눈물이 차오르네요” 한국루게릭병협회 조광희 사무국장은 발언에 앞서 뙤약볕에 자리한 근육장애인들의 걱정부터 했다.

식물인간과는 정반대로 자기가 죽어가는 것을 생생히 지켜봐야 하는 루게릭병 환우들. 24시간 가족의 간병을 받는 것이 미안해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근육장애인들의 현실을 어느 누가 안단 말인가. 그래서 찾아온 국회였다. 오는 11월 재가 호흡보조기에 대한 임대료 유료화를 앞두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것이다.

2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인공호흡기 사용 장애인 생존권 보장 공동대책연대의 박근혜 정부 규탄 기자회견은 가슴 절절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힘든 몸을 전동휠체어에 의지한 채, 인공호흡기를 낀 아들을 대신해 나온 강한 어머니, 외출조차 힘든 몸이라 편지만을 전한 사람들까지. 이들의 목소리는 하나였다. “호흡보조기 자부담 제도를 폐지해주세요.”

“인공호흡기 자부담 폐지를 즉각 시행하라!” 21일 국회 기자회견 모습.ⓒ에이블뉴스

■11월 호흡기 건보 급여화 앞두다=현재 정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에 따라 오는 11월부터 재가 호흡보조기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를 시행할 예정으로, 이달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다.

이는 현재 희귀난치성질환 11종에 해당하는 1812명에 대한 지원을, 호흡보조기를 사용하지만 희귀질환이 아니란 이유로 지원받지 못한 대상자에게도 확대하고자 마련된 것.

지원이 확대되는 사람들은 척수장애인, 심장질환 등 500여명으로, 이들은 기존 비급여 대상자로 월 70만원을 고스란히 지출해왔다.

급여화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이관하게 되며, 건강보험가입자에게는 공단이 90%를 부담하고 자부담 10%가 적용되는 기존 희귀난치성 건강보험 대상자는 전체 76%인 1376명.

하지만 문제는 자부담이다. 인공호흡기만 대여할 경우 월6만원의 대여료와 1만원의 기본소모품 등 최대 12만1000원까지를 부담해야 한다.

이에 지난 8월 질병관리본부는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을 통해 자부담을 국비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소득기준 최저생계비 300% 미만, 재산기준 300% 미만의 경우 현행과 같이 국가에서 전액 부담할 예정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월 소득으로 따지면 4인 가구 기준 504만원. 이는 4인 가구 기준 2명 이상이 소득활동을 한다고 하면 당연히 넘어가는 수준이라는 것이 근육장애인들의 목소리였다.

인공호흡기 사용 장애인 생존권 보장 공동대책 연대가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900여명이 자부담을 내야할 것으로 분석된다. 1인가구 기준 185만원이 자부담을 내야 하는 고소득인가. 근육장애인들이 국회로 나선 이유다.

근육장애인과 함께하는 행복한 카페지기 한정훈씨, 루게릭병협회 박기환 회원.ⓒ에이블뉴스

■“숨 쉬는 것은 자유” 울분 토하다=근육장애인과 함께하는 행복카페 카페지기 한정훈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많은 공감을 샀다.

한씨는 “올해 초 호흡기 유료화 이야기를 들었고 숨 쉴 수 있는 자유마저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며 “다른 사람처럼 숨 한번 쉬겠다는 것이 큰 욕심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한씨는 “최저생계비 300% 미만이라고 책정해놓은 정부에 대해 화가 난다. 자부담만이 문제가 아니고 활동보조 자부담 등을 생각하면 결코 고소득이 아니다”라며 “언제까지 저희 가족이 저 하나만을 위해서 희생을 해야 하냐”고 덧붙였다.

루게릭병 3년차인 박길환씨는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발언대에 섰다. 몸이 안 좋아 참석하지 못한 안익현씨를 대신해 대독하는 박씨의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의 마음에 파고들었다.

박씨는 “어떤 경우라도 복지는 개선돼야 하지, 개악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라며 “인공호흡기 사용자에게 부담을 주라는 것은 깡패다”, “살고 싶다, 정부는 믿을 게 없다” 다소 격양된 단어들이지만 근육장애인들에게는 큰 공감을 샀다.

“여러분들 만나니 가슴이 미어집니다”라고 발언을 시작한 근이영양증환우보호자회 김미라 회원. “김동혁 엄마 김미라입니다!” 힘찬 투쟁 후 그녀는 아들을 대산한 호소문을 낭독했다.

김씨는 “우리 환우들은 초등학교때부터 휠체어를 타고 경제활동할때는 거동이 불편하다. 호흡기를 착용해야 하고 24시간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용변도 못 본다”며 “생명줄과 다름없는 호흡기에 의지해 살아가다가 제때 교체를 하지 못할 때 사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는 “복지부의 행위는 여리고 힘없는 환우들에 대한 탁상행장이자, 어리석은 제도다. 환우와 보호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반드시 자부담이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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