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소속 시각보조시설 중앙지원센터 안재민 연구원.ⓒ에이블뉴스

현재 지하철역안 안내표지판이 저시력장애인들의 배려가 부족, 안전하고 원활한 보행을 위한 안내표지판의 가이드라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한목소리로 제기됐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3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저시력인을 위한 안내표지 표준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 이용 실태 및 개선 방안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국의 등록시각장애인은 약 25만명. 그중 저시력 인구는 최대교정시력 0.3 이하로 규정,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85%인 21만명으로 추정된다.

저시력의 범주에는 복시(겹쳐 보임), 주변시야 장애, 터널시야, 중심암증, 변시증, 부분 시야손상, 비문증(이물감) 등 다양한 유형이 포함되며 나이를 먹으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약시 역시 저시력의 대표적 유형이다.

이들은 대중교통수단 중 버스보다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지만 지하철에서의 길 찾기는 여전히 힘들다. 안내표지의 서체나 색상 같은 표현수법이나 디자인 수준이 향상됐지만 그와 역설적으로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는 현실.

이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소속 시각보조시설 중앙지원센터 안재민 연구원이 발표한 ‘저시력인 안내표지판 이용 실태’만 봐도 알 수 있다.

저시력인 6인을 대상으로 지하철 역사 내의 안내표지판에 대해 체크리스트 조사를 실시한 결과, 5점 만점 중 2.8~2.9점에 불과했다. 이는 저시력인이 안내표지판에 접근해 집중해도 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의미한다.

특히 가장 불편한 곳은 4호선 노원역의 승강장과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승장장이었으며, 조도가 낮거나 휘도가 높은 빛 환경과 통일되지 않고 혼재된 픽토그램이 가장 큰 불편사항인 것.

그중 단색을 사용해 형태만으로 남녀를 구분한 화장실 픽토그램은 저시력인에게 엘리베이터의 픽토그램과 혼돈을 줬다. 또 환승 정보에 대한 문자는 대체로 크게 표현되고 있으나, 출구 정보와 노선 정보 등에 대한 안내는 대부분 작게 표기됐다.

저시력인들의 배려가 부족한 지하철역 안내표지판 실태.ⓒ에이블뉴스

더불어 바탕색과 문자색 간에 색상과 명도 등의 대비가 적은 배색의 사용 및 빛을 반사하는 재질도 저시력인에게 불편을 줬으며, 출구 정보에 대한 안내표지판은 주로 천장에 설치돼 접근해 보기 힘들었다.

현재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7조 2항에 따르면, ‘제공하는 교통이용정보 등은 교통약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문자 및 기호를 굵은 글씨체로 표시하고 바탕색과 구별하기 쉬운 색상을 사용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 내용은 다루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안 연구원의 지적이다.

안 연구원은 “각 지자체와 기관에서는 각각의 공공정보 안내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했고 회색 계열의 바탕색과 흰 색의 글씨를 기본 사항으로 하고 있다”며 “바탕색과 글자색의 기본 배색에서 채도와 명도 대비가 다소 낮아 명확하게 인지하기 어렵다. 가이드라인들은 강제성을 지니지 않는 행정지침의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 연구원은 저시력인구가 점차 급격히 증가할 것을 대비, 안내표지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선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구체적으로 인쇄물보다 굵은 글씨와 넓은 자간과 행간을 부여하는 서체, 문자에 테두리선을 사용하는 색상, 저시력인의 눈높이에 맞는 안내표지판 위치 등을 들었다.

안 연구원은 “장식이 없고 네모꼴의 표준체인 고딕체로 개선하고 자간과 행간을 확대했을 때 좀 더 편안한 느낌을 준다. 문자에 테두리선을 사용하는 것도 인지성에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 “공공서비스 디자인의 관점에서 지자체가 저시력인 뿐 아니라 다양한 사용자에 대한 인간공학 및 인지공학적인 측면에서 가이드라인의 추가적인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저시력인을 위한 안내표지 표준 개선을 위한 토론회’ 모습.ⓒ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개발원 김인순 부장은 "미국 ADA법의 규정에서는 특별히 저시력인을 위한 안내표지판 설치와 관련해 별도의 규정은 두고 있지 않지만 안내표시와 관련되는 사항이 우리나라 편의증진법 보다 좀 더 세부적"이라며 "알아보기 쉽게 문자와 숫자의 폭과 높이 비율, 양각 표현방법, 일정한 글씨체의 사용 등은 저시력인 뿐 아니라 고령자의 이용에도 매우 도움이 되는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내외부의 안내표시 설치 정소에 대한 규정에서 캠퍼스나 여객시설, 대규모 시설과 같은 경우에는 음성 가이드로 안내표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상징물 등을 활용해 시각장애인이나 저시력인들에게 중요한 신호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

김 부장은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굳이 어르신이 아니더라도 비장애인입장에서도 안내표지판이 명확하다면 인지부분이 상승한다. 안내표시 확충은 저시력인 뿐 아니라 모든 이용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메트로 시설처 건축관리팀 이종우 팀장은 "서울시 지하철의 사인시스템이 분리되는 부분이 있어서 통합시켜서 이용 편의를 시키고 있다. 현재 바탕색은 기와진회색에 정보색은 화이트로 적용하고 14개 노선에 대한 색상을 적용하고 있다"며 "정보량의 최소로 정보별 적정 시인성을 확보하고 픽토그램을 이용해 효과적인 위치정보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교통약자 부분이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향후 많은 연구와 논의 속에서 반영된 사인시스템 체계를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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