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호텔, 공공장소 등 많은 곳에 난청 장애인을 위한 청각 감응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김혜림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와 외교부가 후원하는 ‘2015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의 시너지(Synergy)팀이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장애 부모의 출산과 양육'이라는 주제로 런던과 리즈 지역에서 연수를 진행했다.

연수 중 수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의 관점에서 인상 깊었던 영국의 장애인 서비스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곳곳에 위치한 휠체어표지판과 장애인을 위한 안내센터였다.

지하철노선도에도 휠체어 표지가 그려져 있었다. 지하철에서 종종 지체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을 볼 수 있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해 눈길을 주거나 과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이 지나가면 꼭 고개를 돌려서 한 번 쳐다보는 분위기와는 대조적이었다. 장애에 대한 인식도가 높은 편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사전 조사 중 영국에서는 학습장애, 정신병, 우울증도 장애로 간주하는 등 장애의 범주가 매우 넓다고 했는데 이처럼 장애를 드문 것으로 여기지 않다보니 장애에 대한 인식도가 높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또한 호텔이나 마트, 공공시설의 카운터에 설치된 청각 감응 장치표지판(귀 모양)이 눈에 띄었다. 난청 장애인들이 불편하지 않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청각 감응 장치(induction loop)가 설치되어 있는 장소가 많아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영국에 있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텔레비전의 방송에서 수화통역이 흔하게 나오는 풍경이었다. 호텔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영국 BBC 방송에서 오른쪽 화면을 다 차지하게 수화통역 화면을 띄워 놓고 있었다.

영국 텔레비전 방송에서 수화 통역을 동시에 방송하고 있다. ⓒ 김혜림

한국에서도 수화 통역 화면을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큰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영국의 수화와 우리나라의 수화가 달라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수화가 시원하게 보이는 것이 이런 거였구나 하는 신선함을 느꼈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수화 통역 방송은 일반적으로 텔레비전 오른쪽 가장자리의 파란색 조그만 원형 화면에 띄워 준다. 작은 화면이다 보니 수화 통역을 하는 사람도 알아보는 사람도 어려움이 많다. 수화통역사의 입장에서는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손 모양을 크게 통역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또한 보는 입장에서도 답답해 보이고 알아보기 힘든 점이 있는데 영국에서는 달랐다. 우리나라의 조그만 수화 통역 화면에 익숙해져 있다가 영국의 커다란 수화 통역 화면을 보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우리나라의 실태가 아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영국처럼 수화 통역 화면이 크면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해서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 같다.

예를 들어서 화면 수화 통역을 켜고 끌 수 있는 기능과 같은 것들이다. 스마트 TV가 널리 보급되어 있는 최근에는 더욱 가능성이 높은 기능이라고 본다.

비장애인에게는 화면 수화 통역이 필요하지 않으니 수화 통역을 끌 수 있게 해서 가리지 않게 텔레비전을 볼 수 있고, 청각장애인도 화면 수화 통역을 크게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보다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서 우리나라의 청각장애인들도 작은 화면의 불편함 없이 수화 통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이글은 ‘2015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시너지팀’의 김혜림 팀원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