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시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일대에서 청원서를 전달하려는 장애인과 이를 막고 있는 경찰들. ⓒ에이블뉴스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24시간 보장을 요구하는 염원이 담긴 청원서가 끝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장애인들이 청와대 민원실에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24시간 지원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청원서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대치하던 중 청원서를 빼았겼기 때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이하 한자연)는 10일 한자연 소속 장애인과 활동가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 대통령을 향해 활동보조 24시간 보장을 촉구했다.

장애인들이 정부에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24시간 보장 촉구의 목소리를 내온 것은 이번 만이 아니다.

매년 계속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6월 1일 근육장애인 오지석씨가 집안에 홀로 있다가 호흡기가 빠져 숨지자 활동보조 24시간 보장의 목소리는 더욱 높았었다.

올해에도 장애인들의 외침이 계속되고 있지만, 변한 건 없다. 더욱이 최근 지자체가 지역 중증장애인을 책임지겠다는 의지와 노력으로 최대 보건복지부 활동보조 지원 시간인 하루 13시간 외에 추가지원을 하고 있는 것 마저 감사원의 지적으로 인해 축소될 위기에 처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전국 21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복지사업 재정지원 실태 감사 결과, 서울시 등이 국가에서 실시하는 장애인활동 지원(13시간) 외에 추가 서비스 시간으로 1일 24시간(월 720시간)을 제공하면서 복지부와 사전 협의·조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의 타당성 등을 재검토해 유사·중복사업을 통폐합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김태균 투쟁위원장(왼쪽)와 중구길벗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미희 활동가(가운데), 활동보조 24시간을 지원받는 장익선씨(오른쪽)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자연 김태균 투쟁위원장은 “2015년이 되자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가 활동보조서비스 24시간 지원을 하는 것을 제공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에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서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24시간 제공 등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 죽을 각오로 싸울 것”이라고 투쟁 의지를 내비췄다.

중구길벗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미희 활동가는 “정부가 복지로 지출하는 세금을 절약하느라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생존이 달린 활동보조서비스제도의 취지를 훼손하고 24시간을 지원하는 지자체의 복지정책을 질책하며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오늘처럼 이렇게 더운 날에 기자회견을 열지 않도록 자립생활지원 정책이 지역사회에 정착되는 날까지 투쟁하자”고 강조했다.

활동보조 24시간을 지원받는 장익선씨는 “활동보조서비스 24시간이 없었을 때, 우리 가족들은 나 하나 때문에 잠 한숨 제대로 못자고 집에만 갇혀 살았다. 혹여 가족들이 잠을 자는 사이 인공호흡기가 새거나 오작동을 할 때는 죽음의 공포가 엄습해왔다. 나는 항상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면서 “한 줄기 빛조차 없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듯했지만 활동보조 24시간 도입을 통해 나의 삶에 희망의 빛이 비춰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듯 활동보조서비스 24시간은 장애인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활동보조 24시간을 과잉복지라고 말한다”면서 “자유를 줬다가 뺏는 일은 내게 죽으라는 말과 같다. 창살 없는 감옥으로 나를 집어넣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한자연은 복지부가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24시간 보장 요구를 받아드리지 않을 경우 기자회견, 토론회 등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0일 서울시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경찰들이 청와대에 청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는 장애인들을 둘러싸고 있다. ⓒ에이블뉴스

10일 서울시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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