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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차별 저항, 첫 물꼬를 트다

지장협·한국DPI 창립, 법관 임용 거부 ‘구제’

발간된 '386세대의 장애운동사’ 연재-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4-10 14:18:08
장애해방을 외치던 피끓던 386세대 장애해방운동을 기억하십니까? 국내적으로는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 개최를 전후로 분배 없는 성장우선정책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민주화와 함께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장애운동도 시작됐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로 빚어지는 각종 편견과 차별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80년대를 기점으로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부르짖은 청년장애운동가들. 지난해말 발간된 ‘386세대의 장애운동사’는 이런 운동가의 인터뷰를 통해 초창기 장애운동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에이블뉴스에서는 ‘386세대의 장애운동사’ 속 장애운동 역사를 연도에 맞춰 3편에 나눠 연재한다. 첫 번째는 1980년부터 1989년까지의 ‘싹트기 시작하는 장애운동’이다.


■장애인 인권, 서막에 서다=80년대 국내에서는 장애에 대한 국민의 이해는 ‘열악’ 그 자체였다. 대학입학시험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불합격 처리되는 것은 예사였고, 취업현장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오히려 원칙이었다.

장애인 단체도 맹아학교농아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단체가 있을 정도. 오늘과 같은 복지관 체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 장애인권 운동에 앞장선 한국DPI가 서막을 열었다. 1986년 지체, 청각, 시각장애인을 중심으로 송영욱 회장을 주축으로 20명이 발기인 총회를 한 것.

DPI는 완전 참여와 평등을 이루기 위한 교육권, 재활권, 근로권, 경제적 보장권, 자립생활권, 사회문화 활동 참여권, 영향력 행사권, 동등한 참여권 등 기본적 권리를 선언했다. 그중 제일의 가치는 ‘장애인의 참여와 평등, 장애인의 인권’인 것.

한국DPI는 장애인문제와 관련한 이념 보급을 위해 지도자 연수세미나를 1년에 한 번정도 개최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장애인 이념화에 집중하다보니 단체 자체의 조직화에는 한계점을 드러낸 것. 자금 부족도 마찬가지였다. 한일 양국 장애인 교류에 사용되는 자금 또한 본인이 사적 부담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이후 한국DPI는 이익섭 교수가 2기 회장직을 승계 받으며 전국조직의 틀을 잡았다. 2002년 법인 인가를 받은 이후 정부의 보조금을 받게된 DPI는 정식 법인단체가 되어 DPI세계대회 등 조직을 더욱 활성화하게 됐다.

■지체장애인 조직 ‘탄생’=“나보다 가난한 장애인, 나보다 중증장애인, 나보다 배우지 못한 장애인, 이런 장애인을 위해서 우리는 우리 힘으로 이 단체를 꼭 이끌어 나가야 한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 고 장기철 초대회장의 이념이다.

지장협의 창립은 몇 차례 전국조직을 만들려는 시행 착오 끝에 한 회의 탁자에서 급물살을 타게됐다. 지난 1986년 4월 재활협회에서 열린 장애인단체 간담회장. 장애유형도 지체, 시각, 청각 등 다양했고 모임에 공통점이 없는 현실에 회의에 진전은 없었다.

이에 장 회장은 “시각, 청각 쪽은 사단법인체가 있으니 지체장애인 조직을 먼저 세우고 연합모임을 만들어도 만들자”라고 주장했고, 재활협회에서도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지체장애인 조직이 세워진 것.

그렇게 만들어진 당시 조직의 이름은 ‘한국지체장애자연합회’. 장 회장은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정의당 양경자 의원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당의 후원으로 1986년 12월27일 전국 400여명의 장애인이 참석한 가운데 롯데호텔에서 창립총회를 하게 됐다.

당시 양경자 의원은 “장 회장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장애인 조직의 필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데 거기서 감동해서 도와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언급하기도. 그만큼 장 회장은 일에 대한 추진력,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이 넘치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지장협에 대한 곱지 않은 장애계 시선들도 존재한 건 사실이었다. 당 후원의 창립총회를 한 이후 장애계로부터 비판이 생기면서 자조단체들이 떨어져 나갔다.

또 전국장애인예술제를 개최하면서 필요한 재정을 기업으로 후원받아 수익금을 운영자금으로 사용,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으로부터의 비판도 감내해야만 했다.

하지만 민주정의당과 양경자 의원의 후원이 없었다면 지장협이 있을 수 없었다란 것이 장애계의 평가다.

지장협이 당의 후원을 받아 창립했다는 것은 지장협이 갖는 태생적 한계이기도 한 것. 그럼에도 장 회장의 당사자운동은 당사자운동의 깃발을 꽂는데 기여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법관 임용 거부, 3일만에 구제=대학입학거부 사태 등의 장애인 차별이 만연했던 80년대, 학생들 사이에서 조직 결성에 대한 움직임으로 일어났다.

1982년 전국지체부자유대학생연합회 상임위원회로 출발해 1986년 발족한 전국지체부자유대학생연합회(이하 전지대연)가 그 것.

전지대연은 전국장애인동아리 친선체육대회를 통해 전국에서 교류를 다지던 학생들이 “공통적 문제를 해결해나가자”란 취지로, 이념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참교육, 참복지, 인권문제 등의 운동을 한 점이 특징이다.

전지대연의 큰 획을 긋는 사건은 장애대학생들이 사법고시를 합격하고도 법관임용을 받지 못했던 일이다.

박은수 전 의원, 김신 현 대법원관, 박찬, 조병훈 변호사가 사시를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는데 문턱 앞에서 넘어지고 만 것.

당시 김선규 전지대연 상임위원장은 사법부 관계자를 만나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는 법에 호소해 법의 심판으로 구원받는데 사법부까지도 장애인을 차별해 법관 임용을 못하게 하면 우리 보고 죽으라는 얘기냐”고 호소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절망과 마찬가지였다. “내가 사과를 사는 사람이라면 썩은 사과를 사겠느냐, 성한 사과를 사겠느냐”라는 것.

이에 전지대연은 청와대 등 관계기관과 여론에 호소하기 시작했고, 여론의 따가운 지적 속에 3일만에 구제하는 쪽으로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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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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