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2시 서울 용산역 2층 대합실에서 열린 '용산역 장애인 추락사고 코레일 규탄 기자회견'. ⓒ박종태

코레일이 지하철 1호선 용산역 승강장에서 선로로 추락, 전치 32주의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인 시각장애인 최모씨(27세, 시각장애1급) 사고와 관련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또한 병원비 보상과 관련해서는 내년 1월 5일까지 '용산역 장애인 추락사고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 답변을 주기로 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 10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공대위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용산역 2층 대합실에서 시각장애인, 부모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용산역 장애인 추락사고 코레일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는 코레일과 용산역이 사고 발생 후 3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아무런 공식적 사과도, 피해자에 대한 보상도,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는 현실에 따른 것.

최 씨는 지난 9월 20일 용산가족공원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가하고자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타고 용산역으로 이동했고, 스크린도어서 설치돼 있지 않은 승강장에서 계단을 찾던 도중 오전 10시 45분께 맞은 편 승강장(4번 승강장 5-1지점)에서 선로로 추락했다. 이후 3분 정도 선로에서 나오지 못하다가 역에 도착하는 급행 전동차에 치여 머리뼈, 목, 어깨, 갈비뼈 등에 중상을 입었다.

전치 32주의 중상으로 ‘하반신 마비 가능성이 높다’는 판정까지 받은 상태이며,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치료비 부담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강완식 정책팀장은 "일부 지하철이 고장이 나고, 조금 연착하면 난리가 나는데 시각장애인 떨어져 죽거나 다치면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보도로 밝혀진 시각장애인이 선로로 추락 사고가 30건이 넘는데, 이중 사망이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각장애인들이 코레일을 그래도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안전시설 미흡 등 때문에) 심각한 안전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현실"이라면서 "최 씨의 사고를 보더라도 선로에 추락했을 때 3분의 시간을 허비하고, 밖으로 나오기 위해 헤매고 있을 때 아무도 봐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강 팀장은 특히 "최 씨가 다쳤을 때 와서 진정으로 사과 한마디 없고, 그냥 보험화사에 넘겨 알아서 처리하라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 나왔다. 시각장애인들의 안전이 제대로 보장 받는 사회인지 묻고 싶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국시각장애인가족협회 연순자 이사는 "최 씨가 선로에 추락한 승강장에는 선형블록도, 스크린도어도 없어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서 "시각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가슴 아픈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 이사는 또한 "사고로 한 가정이 절망에 빠져 있을 뿐만 아니라 어머니는 직장도 퇴직한 채 아들을 돌보고 있다"면서 "코레일은 양심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고, 시민들도 시각장애인이 길을 헤매고 위험해 처해 있는 모습을 본다면 (안전사고에 노출 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뒤에는 참가자들이 최 씨가 선로에 추락한 4번 승강장 현장 검증 퍼포먼스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나온 코레일 관계자가 최 씨의 선로 추락 사고와 관련 책임이 없다고 말해 오후 3시 15분 경 승강장 점거 농성으로까지 확대됐다.

이들은 승강장에서 경찰과 대치한 가운데 그 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코레일과 용산역의 공식적인 사과, 최 씨에 대한 즉각적 피해보상,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재차 촉구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코레일 서울본부 영업부 정정래 차장은 승강장에 나와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피해 보상 중 가장 시급한 병원비와 관련해서는 본사에 보고한 뒤 내년 1월 5일까지 답변할 것을 밝혔다.

이에 따라 승강장 점거 농성은 오후 5시 20분경 마무리 됐으며, 공대위는 내년 1월 5일까지 답변을 기다린 뒤 수준에 따라 향후 투쟁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한편 최 씨는 장애인단체의 도움을 받아 지난달 19일 서울서부지법에 코레일을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및 차별구제청구’ 소장을 접수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강완식 정책팀장의 규탄 발언 모습. ⓒ박종태

한국시각장애인가족협회 연순자 이사가 시각장애인 선로 추락 사고와 관련 "코레일에게 양심을 가지고 일을 처리할 것을 호소 하고 있다. ⓒ박종태

공대위 강윤택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시각장애인, 부모들이 용산역 4번 승강장에서 현장 검증 퍼포먼스를 벌이며 코레일 서울본부 관계자에게 항의하고 있다. ⓒ박종태

코레일 서울본부 영업부 정정래 차장이 사과와 함께 병원비 보상과 관련 내년 1월 5일까지 답변할 뜻을 밝히고 있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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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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