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권과 관련한 소송 마지막 변론을 마친 임성택 변호사가 장애인, 장애인단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 등 교통약자 시외이동권 보장 공익소송 변호인단이 최종 변론에서 재판부의 공감을 얻기 위해 주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6민사부는 17일 오후 2시 동관 352호 법정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상 구제청구’, ‘법률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선고에 앞서 최종변론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한파에도 불구하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등 10여명이 법정 한편을 메웠다.

이 소송은 이동권소송연대가 현재 서울과 경기도를 오고갈 때 고속버스 등 시외버스를 이용해 이동하려 해도 장애인, 노인 등 교통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버스 즉, 저상버스가 한 대도 없어 차별받고 있다며 국토교통부, 서울시, 경기도 등 8곳을 상대로 제기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에 저상버스 등 교통약자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버스를 도입하는 사항을 포함할 것, 서울시장·경기도지사에게 고속버스 등에 저상버스를 도입할 것을 청구했다. 또한 조모(경기 고양), 조모(수원 팔달)씨는 대한민국, 서울시, 경기도, 버스회사 2곳을 대상으로 법률 위반에 따른 피해를 입었다며 각각 500만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이날 변론에서 소송대리인 지평 임성택 변호사는 1시간 정도 분량으로 제작된 PPT자료를 통해 고속버스 등에 저상버스 도입의 필요성과 이미 장거리 교통수단에 저상버스가 도입된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 도입 가능성을 제시했다.

가장 먼저 영국 교통국의 저상버스 관련 영상을 통해 영국의 쉽고, 편리한 저상버스 사례를 소개했다.

임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저상버스를 타려면 언제 오는 지 확인하고, 버스가 와서 승객들이 내리면 운전기사가 내린다. 장애인이 올라가면 빈 좌석이 없죠. 타고 있는 승객들을 일으켜 세운 뒤 의자를 접고 고정한 뒤 문을 닫고 출발한다.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과정이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저상버스는 닐링 시스템(차문 쪽으로 차체가 기울어지는 시스템)과 슬로프(차체와 보도 사이를 연결해주는 경사판)가 장착돼 있고 차 내부에도 휠체어석이 따로 마련돼 있다.

임 변호사는 “실제로 이 과정에서 승객 중 한 분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사람 때문에 모두가 기다려야 하느냐? 짜증이 난다.’ 저상버스에 장애인이 얼굴이 벌개져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는 사례에서는 판사가 고개 끄덕이기도 했다.

임 변호사는 MBC에 보도된 장애인 귀성길 사례를 통해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뇌병변1급 장애인이 버스를 타려고 기다렸지만 탈 수 없다는 말에 2시간을 기다려 장애인콜택시로 부산 KTX역까지 이동했다. 하지만 장애인콜택시가 해당 지자체 안에서만 운행돼 귀성길에 가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결국 이면에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0.9%만을 위해 과도한 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는 건데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르면 교통약자는 장애인을 포함한 노인, 임산부 등 24.8%를 가리킨다”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임 변호사는 미국의 장거리 버스를 운행하는 메가버스, 뉴센츄리트레블, 그레이하운드의 도입사례를 들어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운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려를 불식시키기도 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가적 차원의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세운 뒤 시장 및 군수가 지방 단위의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저상버스 등을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국토부와 각 지자체의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마지막으로 임 변호사는 “외국의 경우에도 처음부터 잘 돼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레이하운드에서도 1999년 소송이 있었고 당시 모든 장애요인을 제거하며 화해로 종결됐다”면서 “당장 100%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단계적으로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 측 변호사는 “마을버스는 폭이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다니기 때문에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일부 입장을 밝히며 “연구용역을 했고, 이를 토대로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5개년 계획’을 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변호사는 “피고 측 의견이 단순히 3차 계획에서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에 불과하다”면서 “계획이 수립될 때 반영이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양측의 변호사는 재판부의 조정의사를 묻는 질문에 조정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호고속 측 변호사는 위자료 500만원을 청구한 것에 대해서 “수긍할 수 없다. 특정한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사실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정규정 위반으로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임 변호사는 “금호고속은 가장 큰 버스 회사로 그동안 원고들이 버스를 탈 수 없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것”이라면서 주장이 입증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닌점을 강조했다.

소송과 관련 최종 선고는 내년 1월 30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559호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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