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 ⓒ에이블뉴스

발달장애 자녀가 부모 사후 남긴 재산으로 질 높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특별수요신탁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한 목소리가 나왔다.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는 15일 한국장애인부모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성년후견제도의 문제점과 제도 제·개정의 방향성 모색’ 세미나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별수요신탁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 교수에 따르면 장애인은 사회보장법 상의 공공부조인 보충사회보장급여, 장애인연금, 의료보험급여, 의료보호의 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 모두 기본적인 지원으로 이를 초과하는 특별한 수요에 대해서는 보장받을 수 없다.

이같이 특별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제도 중 주목받고 있는 것이 공공부조와 의료보험에 의해 충당될 수 없는 특별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특별수요신탁이다.

제 교수는 “특별수요신탁이 도입되면 장애자녀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공하는 최저한의 생활을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보장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수요신탁은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맡긴 재산을 안정적인 형태로 관리하며 자녀가 소규모 생활시설 임대료, 가사생활서비스, 의복비, 여행 경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물품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녀가 부모의 재산을 신탁의 형태로 보유하더라도 공공부조나 의료보호에서의 재산평가에 포함되지 않아 공공부조인 보충사회보장급여나 의료급여 수급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제 교수는 “발달장애인이 일정 재산 이상을 보유하면 기초생활수급비가 아예 지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타인 명의로 재산을 돌려놓다가 실제로 그 재산을 모두 뺏기는 일이 드물지 않는데 이런 사태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자녀가 일평생 사용하고 남은 재산은 생전에 받았던 공공부조나 의료보호의 혜택 일부를 제외하고 난 뒤, 다시 환급받아 개인적 재산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때 환급받지 못한 금액은 다른 장애인을 위해 활용된다.

현재 장애신탁 또는 특별부양장애신탁 등으로 알려진 신탁이 있기는 하지만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물품과 서비스의 안정적이고 안전한 조달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제 교수는 “이들 신탁업자가 신탁원본으로부터 수익을 창출해 낼 수는 있겠지만 발달장애인의 특별한 수요를 충족할 물품이나 서비스의 안정적 조달이라는 사회복지 성격이 강한 서비스 제공과 무관하기 때문에 수익이 장애인에게 공급되게 하는 일을 담당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신탁업자이기 때문에 자산관리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서비스 제공의 업무까지 수행해야 한다면 신탁 관리비용 및 보수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자녀에게 지급될 경우 증여로 간주돼 증여세를 부과하는 점에서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제 교수는 “특별수요신탁제도가 도입된다면 발달장애인에게 응당 귀속돼야 할 부모의 재산을 다른 사람이 갈취하는 것을 막으면서 자녀에게 필요한 물건이나 재화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특별수요신탁 제도 도입과 관련, 이구동성으로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1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성년후견제도의 문제점과 제도 제·개정의 방향성 모색’ 세미나 전경. ⓒ에이블뉴스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한위수 부회장은 발제에 나서 긍정적이라는 생각을 밝힌 뒤 현재 일본에서 구체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신탁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재산 중 일상적인 지출이 필요한 부분은 후견인이 관리하고, 나머지는 원금이 보장되는 은행 등에 신탁하도록 하는 방안”이라면서 “기본적으로 후견인에 의해서 재산이 임의적으로 처분되고, 횡령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서울가정법원 배인구 부장판사는 “신탁제도는 진즉부터 상속을 대체하는 주요한 제도로 인식돼 왔다”면서 “피후견인의 삶의 안전,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위한 공공부조와 연계된 특별한 신탁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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