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을 묶고 휠체어리프트를 탄 박현씨.ⓒ에이블뉴스

‘광화문역에 엘리베이터를!’

23일 오후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직원들과의 실랑이 끝에 장애인들이 락카를 들었다. 시민들의 어리둥절함 속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 박현씨는 쇠사슬을 묶고 아슬아슬한 휠체어리프트를 탄 채 “엘리베이터를 지어 달라”고 절규했다.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 시민모임(이하 광엘모)가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상대로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는 애처로운 목소리였다.

시민, 관광객 등 하루 약 9만명이 이용하는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5호선 광화문역에는 아직 엘리베이터가 없다. 지하철역에서 장애인이나 노인 등이 지상에서 대합실을 거쳐 지하철 승강장까지 하나의 동선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체계, 1동선이 미확보된 상태다.

때문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멀리 있는 지하철역을 이용하거나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야만 밖을 나갈 수 있다. 특히 광화문역은 다른 역사에 비해 승강장이 매우 깊어 장시간 리프트를 타야 한다.

불편하고 느리고 부담스런 시선까지 감내해야 하는 장애인들의 현실. 비장애인들이 5분이면 올라가는 거리가 이들에게는 20분이 소요된다.

그러나 아직 서울시와 서울도시교통공사에서는 광화문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하는 계획조차 불투명하다. 바로 기술적 구조상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는 오는 11월 1동선 미확보역사 승강편의시설 설치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용역 발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 안에 광화문역이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장애인들이 나섰다. 아니, 장애인뿐이 아니라 유모차를 끈 아이엄마까지…. 모든 교통약자가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해 마이크 앞에 섰다.

"광화문역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박현씨와 홍주리씨.ⓒ에이블뉴스

휠체어 이용 장애인 박현씨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리프트가 있으나 속도가 너무 느리고 위험하다. 위험하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이동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엘리베이터만 있으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타는 아이들도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구조상 설치하기 힘들다는 것은 핑계다. 제발 설치해 달라”고 말했다.

유모차를 타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 홍주리씨는 “광화문역으로 유모차를 끌고 오고 싶지만 힘들다. 그런 요구를 하는 것조차 이런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하게 되니까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서 광화문역에 편하게 오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날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휠체어리프트를 둘러싸고, 이동하는 시민들에게 “제발 장애인이동권을 확보해 달라”고 호소하며, 바닥에 ‘광화문역에 엘리베이터를’이라는 문구를 락카로 칠했다.

어떤 이들은 쇠사슬을 묶고 위험천만한 리프트를 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야말로 온몸으로 광화문역 이동권 현실을 알린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앰프를 통해 “기술이 안 된다면 개발을 해서라도 광화문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달라”, “시민여러분들 제발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며 호소했다.

한편, 이날 광엘모는 광화문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것을 시와 도시철도공사에 요구하며, 각각 박원순 시장, 김태호 공사 사장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했다.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달라는 광엘모. 승강기 바닥에 락카로 알리고 있다.ⓒ에이블뉴스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는 광엘모 모습.ⓒ에이블뉴스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는 광엘모 모습.ⓒ에이블뉴스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 시민모임이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상대로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고 촉구했다.ⓒ에이블뉴스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 시민모임이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상대로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고 촉구했다.ⓒ에이블뉴스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 시민모임이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상대로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고 촉구했다.ⓒ에이블뉴스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는 광엘모.승강기 바닥에 락카로 알리고 있다.ⓒ에이블뉴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