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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님, 낮은 데로 임하소서"

세월호 유가족, 장애인, 노동자들 한 목소리로 ‘호소’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4-08-05 13:54:04
“우리 중 일부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습니다. 우리 중 일부는 장애가 있습니다. 우리 중 일부는 일터에서 쫓겨났습니다. 교황 성하. 우리와 함께 울어주십시오. 희망이 들어설 틈이 없어 절망하고 있는 저희에게 손을 내밀어 거리에서 함께하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공동대책위원회, 민주노총은 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세월호 유가족과 장애인, 케이블 방송 노동자들이 방한을 앞둔 교황에게 ‘낮은 데로 임해 달라’는 호소가 잇따랐다.

이들은 현재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각각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앞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7월 14일 추천 전문가가 절반 이상 참여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특별위원회 구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와 광화문광장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2012년 8월 21일 경찰과의 12시간이 넘는 사투 끝에 광화문 역사 내에 돗자리를 펼치며 시작된 장애인들의 광화문 농성장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애타게 요구한지 2년을 맞고 있다.

또 7월 8일부터는 광화문 광장 주변 서울 파이낸스 빌딩과 흥국생명 빌딩 앞에서 케이블 방송사 씨앤앰과 티브로드의 노동자들이 협력업체 폐업과 재계약 고용승계 거부로 직장이 사라지자 노숙농성과 파업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이들은 교황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교황께서 광화문 미사를 집전하기 전에 고통 받는 자들에게 먼저 귀 기울여 주시기를 간구한다”면서 “우리의 시련을 위해 함께 울고,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길거리에 나와 탄원하는 방법밖에 찾지 못한 어리석음과 우리를 몰아낸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깨끗이 용서해 달라”면서 “더욱이 미사를 치장한다는 이유로 우리를 광장에서 쓸어내리는 일이 없도록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최진미 공동운영 위원장은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개월 째. 우리는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는지, 단 1명도 구해내지 못했는지, 아직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면서 “깊은 절망에 있는 유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 박경석 공동집행위원장은 “8월 21일이면 농성을 시작한지 2년이 되는 날”이라면서 “2년 동안 많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다가 가장기본적인 복지제도를 보장받지 못해 죽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교황이 오신다는 소리에 너무 기뻤다”면서 “교황님의 메시지는 멀리 떨어져 있는 한국사회에서도 특히 힘없고 가난한 사람에게 힘이 되는 메시지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그런 교황님이 방한 일정을 확인해보니 꽃동네라는 대규모 장애인 시설에 가서 힘없고 약한 장애인을 위해 사랑을 베푼다고 얘기하고 있다”면서 “교황이 대규모 장애인 시설에 가서 장애인의 손을 잡아준다고 하는 것은 대규모 시설을 인정하는 것이고 일반 국민들이 생중계를 통해 모습을 볼 때 장애인들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너무 무섭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리 장애가 심하더라도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 싶다”면서 “격리되고 수용되고 차별받는 대규모 장애인 시설이 아니라 교황께서 전해주는 메시지가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랑의 메시지였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서울희망연대노동조합 이종탁 위원장은 “씨앤앰과 티브로드의 노동자들은 협력업체 폐업과 재계약 고용승계 거부로 직장이 사라져 거리로 나서게 됐다”면서 “교황께서 교회가 거리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낮은 자에게 임하겠다던 교황의 말처럼 교황의 방한이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은 “한국사회에서는 자본과 권력에 의한 수많은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교황이 소외된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헤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사를 이유로 내몰리는 것이 아니라 아프고 탄압받는 사람들도 함께 행사에 참여하고 교황의 방한을 축하하기를 빈다”고 호소했다.

한편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석하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생존자들을 직접 면담한다고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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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연 기자 (jiyeon@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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