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등 전국의 성폭력 관련기관이 25일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 전경. ⓒ대전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과 관련 장애특성에 맞는 판결 기준을 마련하고, 장애인 성폭력 가해자를 엄중처벌하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장애인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 등 187개 여성·장애인단체는 25일 오전 11시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전지방·고등법원에 이 같이 촉구했다.

이는 지적장애인 성폭력 판결에 있어 성폭력 피해 자체가 존재했을 개연성을 인정하면서도 가해자의 방어권 행사의 주된 대상인 범행 일시, 장소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무죄 또는 일부 감형된 판결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에 따른 것. 또한 향후 유사 사건에서도 무죄 판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들에 따르면 대전고등법원은 지난해 8월 교회 전도사가 지적장애 여성을 모텔로 유인해 성폭력 한 사건에서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은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으나, 범행 일시와 장소는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되므로…”라고 판시해 원심 4년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다니던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시설장의 남편인 운전기사가 봉고차 뒤 좌석에서 피해자를 때리고 입과 항문에 유사강간 후 ‘엄마에게 말하면 혼난다’고 협박한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발생했다.

대전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4월 30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공소사실 기제와 같은 추행 행위가 존재하였을 개연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범행일시, 장소 등 피해감정과 상관없는 객관적 요소에 관하여 사실에 부합하는 정확한 진술을 하고 있는지는 별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현재 대전지방법원이 재판 중인 친부에 의한 지적장애아동 성추행 사건에 있어서도 범행 일시, 장소 특성을 요구하고 있어 무죄 판결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들은 “지적장애인은 장애특성 상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하고, 진술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없다”면서 “재판부가 지속적으로 진술에 대한 일관성과 신빙성을 강요해 2차 피해를 당하게 되고, 가해자가 무죄로 풀려나는 일이 발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적장애 피해자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법원 판결들이 다수 있음에도 대전 지방·고등법원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비장애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범죄구성요건에 맞는 진술을 끝까지 요구하고, 판사의 상식과 경험칙에 맞지 않으면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판결은 장애인 성폭력 가해자는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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