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리길 유니버설디자인 거리. 선형블록이 없고, 탁자나 불법주차차량 등이 있어 시각장애인들이 부딪쳐 다칠 위험이 있다. ⓒ박종태

대전시는 장애유무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편리한 도시환경 조성을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유니버설디자인 문화도시 조성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중리길 570m 구간을 먼저 준공했다. 보행자 중심의 쾌적한 거리 경관 창출을 위해 전신주를 지중화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했다. 4차선 도로를 2차선으로 축소해 폭 3m의 기존 보도를 5.5m에서 최대 7.5m까지 확장하고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

특히 단차 제거, 고원식 횡단보도 설치, 보행 장애물 제거 등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인증기준에 적합하게 설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최우수 예비인증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준공이나 사용 승인 후 평가를 통해 부여되는 본인증은 받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대전시립장애인체육재활원 이재화 원장(시각장애1급), 대전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우식(시각장애1급) 권익옹호위원장은 지난 29일 직접 점검한 뒤 시각장애인이 불편 없고 안전한 이동권 보장을 받지 못하는 환경이라며 개선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리길 570m 구간을 살펴보면 인도에 자전거도로와 보행안전구역이 만들어져 있다. 보행안전구역의 양 옆에는 선형블록(시각장애인에게 방향을 유도하는 점자블록) 대신 검은색 대리석이 길게 설치돼 있어 가운데의 구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저시력 장애인들은 어두운색을 웅덩이로 인식하는 만큼 검은색 대리석은 무용지물”이라며 “선형블록의 역할을 하지 못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건물 벽면의 간판, 보행안전구역을 침범한 가계 발판 등 때문에 위험하다”면서 “검은색 대리석이 선형블록을 기능을 하지 못해 옆의 자전거도로를 넘어서 자전거와 부딪치는 사고도 우려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횡단보도의 시각장애인 편의와 관련,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횡단보도 진입부분에 붉은색 대리석만 있을 뿐 경고용 우선멈춤을 알려주는 점형블록과 선형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면서 “붉은색 대리석을 흰 지팡이나 발로 눌렀을 때 점자블록이라고 느낄 수 없다. 법규에는 횡단보도에 분명히 점자블록을 설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횡단보도의 진입부분에는 점형블록을 설치하고, 이를 유도하는 부분에는 횡단보도의 진행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보도등과 차도의 경계구간으로부터 보도 등의 폭의 5분의 4가 되는 지점까지 선형블록을 설치하여야 한다. 또한 횡단 도중의 일시대기용 안전지대와 횡단보도와의 경계부분 중 안전지대 쪽에는 점형블록을 설치하고, 이를 유도하는 부분에는 횡단보도의 진행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선형블록을 설치하여야 한다.

이들은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어 비장애인들은 차량 흐름을 보고 횡단을 해야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차량 진입을 알 수가 없어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면서 “신호등과 음향신호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재화 원장은 “시각장애인에게 위험한 거리가 유니버설 디자인 문화도시가 될 수 있는 지 이해 할 수 없다”면서 “강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선형블록이 없는 보행안전구역을 걸어가고 있다. ⓒ박종태

시각장애인이 보행안전구역을 이동하던 중 가계 간판에 부딪칠 위험에 처해 있다. ⓒ박종태

횡단보도 진입부분에 점형블록과 선형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아 기둥에 부딪칠 위험이 있다. ⓒ박종태

횡단보도 진입부분에 붉은색 대리석만 있을 뿐 경고용 우선멈춤을 알려주는 점형블록이 없다. 시각장애인들은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박종태

보행안전구역 옆은 건물과 붙어 있어 가계가 출입문을 열어 놓거나, 설치한 발판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안전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다. ⓒ박종태

횡단보도에는 신호등과 음성안내기가 설치돼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의 사고가 우려된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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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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