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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불명’ 중증장애인의 간절했던 활동보조

하루 9시간뿐…홀로 있다 호흡기 빠져 14일째 사투

장애인계, “사회적 타살…활동보조 24시간 보장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4-04-29 16:02:41
중증장애인 아들의 저녁을 지어주기 위해 어머니의 귀가길이 급해지던 시각. “호흡기가..” 간신히 한마디를 남긴 채 아들은 의식을 잃었다. 호흡기 없이는 1초도 살 수 없던 중증장애인 오지석씨(32세, 호흡기‧지체1급)의 호흡기가 빠진 것이다. 그러나 눈동자와 손가락 하나 외에 움직이지 못하는 오씨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가 절실했던 중증장애인 오씨. 손가락 하나로 ‘누워서 보는 세상’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나와 같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재밌고 즐거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도움이 되고 싶어요”라며 즐거운 삶을 꿈꾸던 그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오가고 있다.

■‘활동보조 시간이 좀 더 많았더라면…’=오지석씨는 늘 입버릇처럼 “활동보조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변인들에게 말해왔다.

오씨는 홀어머니가 계시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월 118시간밖에 활동보조를 받을 수 없었다. 지방자치단체 지원 추가로 서울시 100시간, 송파구로부터 60시간, 총 278시간을 받고 있지만, 하루 약 9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 15시간은 오씨의 어머니가 홀로 보조해야 했고,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가 직장에서 돌아와 잠시 병원을 다녀온 사이 호흡 이상으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16일 ‘2014년 420장애인대회’에 참석한 오씨는 송파구에 위치한 집까지 활동보조인과 동행했으며, 그 후 시간을 마친 활동보조인이 퇴근했다. 이어 오씨의 어머니가 오씨를 돌보기 위해 급하게 오던 오후5시45분경, 인공호흡기가 빠지고 말았다.

“호흡기가..”누나에게 간신히 사실을 알렸지만, 오씨는 15분 만에 도착한 119를 기다리지 못하고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2주 가량 지났지만 여전히 그는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오가며 의식불명 상태다.

그의 사건은 화재사고로 죽음을 맞은 고 송국현(56세, 중복장애3급)씨와 유사하다. 송씨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자 했으나 급여 대상이 될 수 없는 조건이었다. 결국 그는 27년 만에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꿈꾸다 화마에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장애계,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활동보조서비스로 인해 연달아 일어난 중증장애인 사건에 당사자들이 나섰다. 중증장애인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현실 속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가 남 일 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29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활동보조 24시간 보장을 목 놓아 외쳤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안진환 상임대표는 “송국현씨와 오지석씨 사건에 누구도 슬퍼하고 분노해주지 않는다. 박근혜정부가 맞춤형 복지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정말 맞춤형 복지가 됐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며 “활동보조 예산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다. 부정수급자 색출하느라 불용예산이 몇 억원이 된다. 이 예산을 통해 필요한 사람에게 주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상임대표는 “이미 2년 전에 허정석씨 사건이 있었을 때 복지부장관이 실태조사를 하겠다했지만 한 것이 없다. 우리를 대표해서 국회로 간 비례대표 의원들도 2년간 한게 없다. 장애인 복지를 대하는 정부의 자세가 너무나 천박한 현실에 분노한다“며 ”오씨의 사건은 국가적 타살이다. 활동보조 24시간 보장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지수 자립유지국장은 “오씨는 손가락 한 개로 종일 모니터를 통해 세상을 보던 사람이었다. 휠체어 침대를 기증받은 오씨는 가장 먼저 근육병 친구를 만나러 다니는 등 대외활동에 열심히던 친구였다”며 “그의 첫 외출은 호흡기장애인의 실상을 알리는 것부터 동료상담가가 되고 싶다며 2박3일 교육에 참가하고, 솔로대첩까지 참여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 국장은 “오씨는 활동보조 시간이 부족하다고 항상 말해왔다. 새벽잠을 푹 자고 싶지만 혼자 있을 때 많이 겁이 났을거다. 사고가 나던 그날도 지병으로 아파하는 어머니를 보내고 홀로있었을 때 그는 매우 두려웠을 것”이라며 “자유롭게 살고자 세상에 나왔던 발버둥의 결과가 죽음과 의식불명이라는 사실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제발 활동보조 24시간을 통해 장애인이 안타까운 죽음에 내몰리지 않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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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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