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동생들과 함께한 공원 외출. ⓒ김학천

평일에는 가족들과 문화활동을 잘 못하다가 주말이 되면 가능한 애들과 같이 문화활동등을 위해서 외출을 하곤 한다.

특히 첫째아이 원기가 이제 10살이 된 뇌병변 1급중증장애아동이라서 부모가 외출을 하지 않으면 하루종일 거실에서 누워 TV를 보는 것으로 주말을 보내곤 하기에 이런 모습들이 무척이나 안타까워 피곤 하더라도 외출을 하여 영화를 보러 가거나, 공원에 가곤 한다.

얼마전 첫째아이와 영화를 보려고 계획을 잡았다. 보여주면 ‘참 좋겠다’라고 느낀 영화를 하나를 고르고, 며칠전부터 상영하는 영화관을 찾아보고 어디가 제일 가까운지 등을 살펴보고 선택을 하였다. 하지만 예매를 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예매는 되나, 장애인할인예매는 안되게 되어 있었다. 때문에 원하는 좌석도 지정할 수 없었다. 예매과정 중 현장에서 장애인복지카드를 제시하여야지만 할인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득이하게 당일 출발전 좌석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하고 영화를 보기 위해서 영화관이 있는 지역을 향하였다.(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영화관이 없는 농산어촌지역이다)

혹시나 매진이 될까봐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렸고, 상영시작 30분전에 영화관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영화관내 주차장은 이미 만차라서 주차를 하려는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주변도로도 차로 꽉 채워져 있었다.

계속 주변을 돌다가 할 수 없이 상가앞 보도블럭에 주차를 시켜놓고, 첫째아이를 차에 그대로 두는 위험을 감수한 채로 혼자서 영화관을 뛰어갔다.

왜냐하면 차에서 첫째아이를 장애아동유모차에 옮겨 태워서, 또 항상 만원인 엘리베이터를 수차례 기다려 매표소에 도착하면 시간이 지체되어 티켓을 구매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과 혼잡한 인파속에 유일한 보호자인 내가 매표를 진행하는 과정 중에 홀로 남게 된다든지 등과 같은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급히 올라갔지만 번호표를 뽑았을 때는 이미 대기인수가 수십명인데다가 또 해당시간은 매진이었다.

이날 첫 번째로 나와 우리 아이가 겪은 첫 번째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매진이 되었을 때 혹시나 싶어서 장애인석도 다 매진이 되었냐고 물어 보았다.

장애인석은 남아있다고 하였다. 나는 스스로 ‘아! 장애인을 배려하여 장애인석을 남겨놓았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좌석이 시스템상으로 풀리지 않아서 상영시작 즈음에 구매가 가능하다고 해서 제가 그러면 그 시간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니 타고객 형평성차원에서 다시 번호표를 뽑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결국 번호표를 다시 뽑았지만 대기인수가 수십명이 있었고, 순서를 기다려 상영시작 5분전에 현장창구에 가서 다시 물어니 장애인석이 이미 구매가 완료가 되었다고 한다.

극도로 불쾌했다. 장애인좌석이 남아 있었고, 이후에 시스템상으로 풀려야지만 구매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먼저 온 장애인에게 별도로 순서를 마련해야 함이 맞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번호표를 뽑아 비장애인과 같이 기다리게 하는 것과 나의 추측일 수 있지만 장애인좌석이 시스템이 풀려 구매가 가능한 시점에서 장애인이던지 비장애인이던지 상관없이 순서가 되는 사람이 오면 그 좌석이 구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 같았다.

감정적으로 창구직원에게 예매나 장애인석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봤자 결정적인 답변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고, 이건 구조적인 문제다라고 심각하게 느끼며 영화를 보는 것을 포기하였다.

장애인분야에 종사하는 내 자신이 이런 문제를 지금까지 무감각하게 대해 왔던 것을 매우 반성하며, 장애인과 제 첫째아이한테 무척이나 미안한 날이었다.

스포츠, 공연관람도 현실은 마찬가지다.

현장할인구매는 신분확인 절차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지만 철도, 민간항공, 민간선박의 장애인할인예매가 가능한 것과 비교했을 때 적절한 논리가 아닌 것 같다.

비행기나, 철도, 선박을 예매할 때도, 장애인할인예매와 좌석지정이 가능하면서, 실제 탑승시에는 장애인복지카드 제시등과 같은 신분확인절차를 거친다.

그리고 예매된 예비티켓을 가지고 창구에서 장애인복지카드를 제시하여 최종티켓을 받는다든지 아니면 인터넷으로 출력된 티켓과 함께 장애인복지카드를 제시하여 입장이 가능하다.

이런 시스템이 영화나 스포츠에분야에서는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장애인이 현장구매를 하기에는 엄청난 불편이 뒤따른다. 매우 혼잡한 경기장, 영화관에서 매표창구까지 도착하기까지도 힘들뿐더러 더욱이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매진이 되면 결국 헛걸음을 하게 되게 된다.

농산어촌지역 장애인의 경우 더욱더 큰 불편을 겪게 된다. 보다 이른 시간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거주하고 있는 지역을 떠나, 과연 언제쯤 출발해서, 언제쯤 영화관이나 경기장에 도착해야지 원하는 티켓을 구매하고 좌석을 구할 수 있는지. 과연 누가 속시원한 답변을 줄 수 있을까?

장애인할인.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배려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장애인할인제도가 없다면 이런 문제제기를 할 필요는 없을 수 있다. 또 혹자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배려를 해주는 기업 입장을 생각해 볼 때 이러한 문제 제기가 크나큰 실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배려에 있어서는 장애인은 정당한 편의제공을 요청할 수 없는 계층이면서, 수동적인 소비자이어야 하는 것인가? 아주 보편화된 예매시스템이 신분확인을 필요로 하는 할인대상자라는 이유만으로 접근이 차단되는 상황을 받아야 들여야 하는 것인가?

지난해 2억 1,332만명이 영화관을 찾았다고 한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37경기 연속 매진이었다고 한다. 이 많은 인원속에 과연 장애인은 몇명이 될까?

장애인의 문화여가권을 보장하면서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장애인화장실, 엘리베이터, 경사로와 같은 물리적인 접근성 확보가 국가나 기업의 책임과 의무이듯이 이러한 현실에 대하여 사회의 관심과 해결이 더욱더 절실히 요구된다.

*이 글은 창녕군장애인종합복지관 김학천 사무국장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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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천 칼럼니스트 현재 창녕군장애인종합복지관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직업재활학 전공 박사이다. 한없이 부족한 아빠지만, 뇌병변장애자녀를 둔 부모이기도 하다. 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와 함께 도시와 다른 농촌지역에서 장애인 재활분야에 몸담고 있으면서 겪게 되는 상황과 느낌, 그리고 장애아동과 그 가족들이 살아가는 현실과 미래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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