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페어팩스 보도에 세워진 도로 안내판. ⓒ샘

지난달 미국에서 한인 장애노인이 휠체어를 타고 차도를 무단 횡단 하다가 윤화를 당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한인 사회에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혹자는 안타깝기는 하지만 엄연히 불법인 횡단보도 없는 거리를 왜 건너 갔을까 하는 의심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도로와 보도 사정으로 보아 어쩔 수 없이 찻길을 가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을 휠체어 사용자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우선 보도 상황이 휠체어로 다니기에는 너무 불편하다. 예전에는 미국 휠체어들이 속도가 느렸다. 보통 시속 3마일 정도 되어서 다고 보도가 거칠어도 큰 무리는 없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시속 7마일 정도로 빨라져서 보도를 달리다 보면 승 휠체어감이 너무 안좋다.

속도가 빨라진 만큼 조그만 턱에도 부디쳐도 충격이 상당히 크다. 그러다 보니 매끈한 찻 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찻길도 위험하지만 보도도 위험하다.

한참을 달려가다가 보면 갑자기 보도가 끊기는 경우는 다 반사고 비장애인은 지나갈 수 있지만 휠체어로 지나기지 못하는 보도가 너무 많아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은 어쩔 수 없이 차도를 지나다가 위험한 상황을 당하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않보이는 때가 없어’ 미국 친구의 농담이 마냥 과장만은 아니라는 것을 입증 하듯 기자는 휠체어로 외출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 휠체어로 지나다니기에는 너무 부실한 보도로 인해 기자는 수도 없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야간에 돌아다닐 경우 내 휠체어를 보지 못하고 달려들다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걸어 아슬아슬하게 위험을 면한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한 지인이 신신 당부했다. “느리게 다녀도 좋으니까 제발 차도는 건너지 말라”고. 나는 위험을 인식하고 그러마고 대답했으나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어기고 또 다른 차와 함께 차도를 건너는 위험한 일을 당해야 했다.

얼마전 회사 직원들과 점심을 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보도에 버젓이 임시 도로 안내판을 세워 놓은 것이 아닌가. 안내판이 너무 커서 보도를 완전히 가리고 말았다. 비 장애인은 잔디 밭 위를 지나도 통과하면 되겠지만 휠체어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차도를 이용해야 했다. 안내판을 세울 때 휠체어 장애인이 지나리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을까? 미국이 진정한 장애인의 천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이런 곳에서 찾아 볼 수가 있다.

* 샘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전 미상원 장애인국 인턴을 지냈다. 현재 TEC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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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지체장애인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 미국 탐 하킨 상원의원 장애국 인턴을 역임했다. 또한 서울장애인체육회 워싱턴 통신원, 서울복지재단 워싱턴 통신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출간한 수필집 ‘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은 1992년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워싱턴 문학 수필부문 가작에 당선됐다. 각종 미국 장애인 소식을 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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