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사진 좌) 팀장과 김정민(사진 우)씨가 항소장을 들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철 승강장에서 선로로 추락해 중상을 당한 시각장애인 김정민(남, 서울 의정부, 20대, 시각 1급)씨가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패소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소송을 지원 하고 있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 등 4개 단체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항소장을 제출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14일 경기도 양주 덕정역 승강장에서 반대편 열차 도착 안내방송을 듣고 자신이 타야할 열차로 오인해 탑승하려다 발을 헛디뎌 선로 아래로 추락해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다.

사건이 발생한 양주 덕정역은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안전요원도 배치돼 있지 않아 김 씨는 아무런 안전조치도 받지 못했다.

이후 연구소가 지난해 12월 26일 김 씨의 사연을 접수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1500여만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이달 초 “역마다 스크린도어 설치와 안전요원을 상시 배치할 의무가 없다”며 150만원의 위자료를 원고 측에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김 씨는 이에 승복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사고의 손해배상금 책정기준으로서의 액수를 떠나 생명의 위협과 공포, 그리고 철도공사 측의 장애인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를 너무나 가볍게 여긴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장애인을 외면하는 법원이 각성할 것 ▲철도공사가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책을 수립할 것 ▲국가가 장애인 선로 추락 사고에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시각장애인 김정민(시각 1급)씨. ⓒ에이블뉴스

김 씨는 ”선로에서 떨어졌을 때 많은 승객들이 소리를 질렀고, 지하철이 다가온다는 생각에 아픈 몸을 이끌고 구석을 찾아 기어갔다“며 “당시 스크린도어가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중상을 입어 걸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중간에서는 올라갈 수 없다는 직원들의 강요에 끝까지 걸어가야 했다”며 “입원 이후에도 자기안전부주의에 의한 사고라는 것이 덕정역 역무원과 직원들의 태도였다”고 밝혔다.

연구소 이태곤 소장은 “아직도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 중심의 세상 속에서 오늘도 죽어가고 있다”며 “사고가 발생한 덕정역은 근처에 안마원이 있어 시각장애인이 빈번하게 이용하는 곳이었고, 사고 발생 불과 3개원 전에도 2인의 시각장애인이 동시에 추락해 그 중 한 명이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원의 장애인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헤아릴 줄 모르는 미약한 인권인식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인권의 최후보루임을 자처하는 법원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항소심 변론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시각 1급) 변호사가 맡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이 장애인 선로 추락 사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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