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횡단보도 길에 낮은 볼라드가 촘촘하게 설치돼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통행할 수 없다. ⓒ박종태

인천국제공항이 지난달 29일 개항 12주년을 맞았다. 그 동안 세계 공항 서비스 8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인 공항으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이 이용하기는 어떨까? 지난 3일 방문해 점검해 봤다.

공항 주차동은 지상 1층에서 지하 3층의 승용차전용 주차 건물로 횡단보도, 지상·지하 연결통로를 통해 여객동으로 이동을 할 수가 있다. 또한 단기와 장기로 나눠 주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등 보행에 어려움이 따르는 장애인들에게 장기주차장에서 여객동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장애인무료리프트서비스(032-741-3217)’를 제공하고 있다.

지상 실외 H3 횡단보도 앞에도 장애인전용주차장이 있으며, 횡단보도를 통해 편리하게 여객동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횡단보도 대리석이 깨지고, 땅이 움푹 파헤쳐져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이동을 방해하고, 자칫 안전사고까지 우려됐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이 지하주차장에서 여객동으로 이동할 때 길에 낮은 볼라드가 촘촘히 설치돼 있어 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1층 도착, 3층 출국, 여객동 등 14곳의 출입문이 있지만 점자블록이 설치된 곳은 출국장 11번 출입문 앞뿐이며, 주차동 및 여객동 엘리베이터 버튼 앞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의 이용 불편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여객동 앞 횡단보도에는 시각장애인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반면, 출입구 앞에 법에서 정한 규격에 맞지 않는 낮은 시멘트 볼라드(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가 설치돼 있어 걸려 넘어져 다칠 위험이 있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의 높이는 보행자의안전을 고려해 80∼100cm 내외로 하고, 그 지름은 10∼20cm 내외로 해야 한다. 간격은 1.5m 내외로 설치해야 하며, 재질은 보행자 등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되 속도가 낮은 자동차의 충격에 견딜 수 있는 구조로 해야 한다.

주차동과 여객동에는 공통적으로 비장애인화장실 입구에 시각장애인들이 남녀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점자표지판이 설치돼 있지만 손가락으로 읽기 힘든 ‘부식형’인데다가 그 밑바닥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장애인화장실은 모두 남녀비장애인화장실 입구에 마련됐으며, 출입문이 터치식자동문으로 중증장애인들의 출입이 편했다.

내부에는 용변 후 물이 자동으로 내려가는 센서와 손으로 누르는 세정장치가 벽면에 양호하게 설치됐고, 휴지걸이는 사용이 편한 최적의 위치에 있다.

반면, 용변기 등받이가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비상호출버튼은 용변기와 멀리 떨어져 있는 출입문 버튼과 함께 설치돼 있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세면대 손잡이가 없어 목발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자칫 넘어질 위험이 있고, 손을 닦고 말리는 핸드드라이거기 대신 휴지를 빼서 사용하는 핸드타올디스펜서가 설치돼 있어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이 사용하기는 힘들다.

1층 입국장의 안내서비스센터의 책상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고려해 낮게 설치됐으며, 청각장애인을 위한 화상전화기도 설치됐다. 그렇지만 출국장 11번 출입문 앞 안내서비스센터는 책상이 높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안내 직원과 대화하기 어려운 환경 일 뿐만 아니라 화상전화기도 없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편의 제공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장애인화장실 및 엘리베이터, 탑승수속 카운터 등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기가 전무했고, 인천공항을 안내 하는 ‘점자촉지도식안내판’도 없다.

이 밖에도 주차동 지하1층 H구역 남성비장애인화장실 입구 모서리 윗부분 코너보호대가 파손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인천국제공항 관계자는 “대학 교수와 장애인단체의 자문을 받아 편의시설을 설치했다”면서 “장애인들이 불편한 사항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들이 공항에 오면 편하게 케어를 하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국제공항이 전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1위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박종태

지상 실외 H3 횡단보도의 대리석이 깨지고, 땅이 움푹 파헤쳐져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이동을 방해하고, 자칫 안전사고까지 우려됐다. ⓒ박종태

인천국제공항에는 법에서 정한 규격에 맞지 않는 볼라드가 설치돼 있다. ⓒ박종태

입국장, 출국장 출입문 바닥에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블록이 없다. ⓒ박종태

주차동과 여객동에는 공통적으로 비장애인화장실 입구에 시각장애인들이 남녀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점자표지판이 설치돼 있지만 손가락으로 읽기 힘든 ‘부식형’인데다가 그 밑바닥에는 점자블록이 없다. ⓒ박종태

인천공항 장애인화장실은 모두 출입문이 터치식자동문이지만, 용변기 등받이와 세면대 손잡이가 없는 등 개선해야할 문제점들이 있다. ⓒ박종태

장애인화장실에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비상호출버튼은 용변기와 멀리 떨어져 있는 출입문 버튼과 함께 설치돼 있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박종태

주차동 지하1층 H구역 남성비장애인화장실 입구 모서리 윗부분 코너보호대가 파손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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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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