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은 내 신체…그러나 현실은=양씨는 주민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입사시켜준 아파트 동 대표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휴식 시간도 마다하며, 2년간 열심히 일해왔다. 그런데 결국 미끄럼 사고로 인해 우측
의족이 망가진 것이다.
일단 양씨는 망가진
의족을 수리하는데, 1주일의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목발 등 최대한의 모든 사용 기구를 동원해 1주일간을 어렵게 근무하다가 새로운 우족이 만들어져서 대체 부착했다.
그러던 중, 입사부터 그를 세심히 챙겨준 아파트 동 대표 회장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보험료를 내고 있으니, 신고해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그에게 귀띔했다. 양씨는 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통보된 결과는 ‘불승인’.
대퇴부 상처는 승인을 해주지만, 파손된 우측
의족은 “신체의 일부가 아니어서” 보상 승인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물적 손해인 의족 파손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 이상했다. 그보다 앞선 2009년 공단은 치과보철이 파손된 경우, ‘비록 물건이더라도 인체에 부착되면 신체의 일부로서 신체의 필수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할 것’이라며 요양급여의 지급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린 적도 있는데 말이다.
이해할 수 없던 양씨는 공단과의 길고 긴 싸움을 시작했다. 1심, 2심 그러나 패소했다. 법원은 ▲
의족은 신체가 아니므로 부상의 범위에 포함 안됨 ▲탈부착이 비교적 쉬움 ▲신체의 기능 보조하는데 그침 등의 “
의족을 신체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같은 이유에서였다.
2심에도 패소한 양씨는 지난해 ‘약 15년 전 교통사고로 우측 다리를 절단한 이래,
의족을 실제 다리와 똑같이 사용하고 있고
의족 덕분에 직장생활도 가능하였기에 근무 중
의족이 파손된 것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에서도 ’
의족이 신청인의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할 수 없으며, 신체의 일부로서 신체의 필수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점을 종합해 볼 때 산재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의견을 표명과 함께 공단에 권고를 내렸지만, 강제성을 지니지 못했다.
■끝없는 법원 싸움 속 외로운 태범씨=양씨는 서럽다. 아파트 분위기도 “장애인을 고용하더니 그렇게 됐다”는 측과 “공단과 맞서서 싸워야 한다”는 측으로 나뉘게 됐고, 결국 그간 퇴직금을 가불받아서야 새
의족 값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나마 그를 지켜주던 동대표 회장이 양씨에게 미안해하며, 어떻게든 불합리한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용기에 양씨는 현재 새
의족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 대법원에 넘어간 사건은 현재 3심 준비 중이다. 양씨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끝없는 싸움에 마음도 착잡하다.
이 같은 양씨의 억울한 사연 속,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장애우권익연구문제연구소 등은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
장애인보조기 신체의 일부 될 수 없는가’란 토론회를 개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이날 참석한 양씨는 “경비원은 불법적인 침입과 도난을 방지하게 위해 주간, 야간에 2시간마다 한 번씩 아파트 건물을 도는 업무를 수행한다. 우측 대퇴부가 절단된 나의 경우
의족을 착용하지 않고는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며 “내가 착용하고 있는
의족은 지팡이나 목발 등 다른 보장구와는 달리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체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
의족이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판단한다면 과연 이런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실제 같은 상황을 당했을 때 과연 신체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말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멀쩡한 다리가 다치면 산재가 되고 다리 역할을 대신하는 다리가 다치면 산재 처리가 안되고 하는 현실이 너무 이해 안된다”며 “
의족이 없으면 걷지도, 일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