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보조 24시간 제공하라"고 규탄하는 장애인 모습.ⓒ에이블뉴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현행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서 인정점수 400점 이상인 최증증 기준을 410점으로 상향 조정하는 행정예고안을 내놨지만, 장애계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 없다.

복지부가 이달 초 행정예고한 ‘장애인활동지원 급여비용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보면, 먼저 기본급여를 올린 것이 눈에 띈다.

심야·공휴일에 제공하는 활동보조의 시간당 금액 인상 때문에 감소하는 급여량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동지원 1등급 88만6천원에서 91만9천원 ▲2등급 71만1천원에서 73만8천원 ▲3등급은 53만6천원에서 55만6천원 ▲4등급 36만1천원에서 37만4천원 등으로 인상했다.

취약가구의 연령 요건도 현행 6세 이하 또는 75세 이상에서 18세 이하 또는 65세 이상으로 완화하고 최증증 수급자의 추가급여를 확대·신설한 점도 눈에 띈다.

하지만 문제는 인정조사표다. 최중증의 기준을 인정조사표 점수 400점 이상에서 410점으로 인상해 오히려 서비스 기준이 엄격해진 것.

앞서 장애인단체는 지난해 10월 고 김주영 활동가와 파주장애남매 등 부족한 활동지원제도로 인한 사망사건을 규탄하며,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24시간 보장을 촉구한 바 있다. 국회도 움직였다.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을 당초 정부안보다 615억원 증액한 3828억7천만원으로 편성한 것.

복지부도 예산증액에 따라 활동지원 추가급여의 급여기준과 급여량을 확대해 최중증장애인에 대해 약 하루 12시간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해뜰날'이 찾아올 듯했다.

반면, 발표된 개정안에는 극소수의 최중증장애인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급여량을 확대했다. 이른바 ‘생색내기’다. 인정조사점수 300점 이상인 경우의 장애인도 24시간 도움이 필요할 정도의 최중증장애인이지만, 상위의 최중증 장애인에 밀려 시간을 축소시킬지 모른다는 우려로 앞이 깜깜하다.

더군다나 지난 2011년 장애인활동지원법 제정으로 인해, 서비스 수급자격의 유효기간이 끝나가는 오는 5월말 3만명의 장애인이 수급자격 재판정을 받아야 하는 상황 속, 서비스 삭감 또는 탈락자가 상당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그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우려 속, 1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장애인단체는 개정안에 대해 최중증 추가급여기준 상향조정을 반대하는 입장의 의견서를 냈다.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인정조사점수 4등급 위에 400점 이상이라는 사실상의 특급을 만들고 그것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이 부당하다”며 “400점이 규정하는 장애의 정도가 극히 엄격하다. 결국 최중증장애인에 대해 하루 24시간 활동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기준을 더욱 엄격히 해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는 방향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410점 이상 최중증장애인과 5점 이하의 차이로도 급여량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복지부가 전시효과만을 의도하는 상황”이라며 “전체적 급여량 확대와 함께 410점 이상 기준을 380점 이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은 “작년 소중한 동지와 고귀한 가족을 떠나보냈다. 더 이상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복지부에) 요구하고 제안하고 싸웠다. 그치만 복지부는 여전히 외면한다”며 “복지부가 다행스럽게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라고 이야기했지만 의견이 수용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시 한번 강력한 투쟁으로 싸울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도 “봄이 오면서 장애인도 바깥출입도 많아지고 활동도 많이 할텐데 지침으로 인해 활보시간을 오히려 뺏길거 같다. 장애를 가진 몸은 시험공부를 노력해서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복지부는 시험 보듯 점수를 책정하고 있다”며 “재판정으로 시간이 줄어들 판에 그나마 있던 시간도 빼앗기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한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2개 단체는 복지부 측에 의견서를 제출했으며, 복지부는 오는 16일까지 의견 수렴 단계를 거쳐, 오는 3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1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장애인단체는 개정안에 대해 최중증 추가급여기준 상향조정을 반대하는 입장의 의견서를 냈다.ⓒ에이블뉴스

복지부 측에 의견서를 제출하러 이동하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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