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열두달 누워서 생활하는 최찬수씨의 모습.ⓒ최찬수

음악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신나는 트롯메들리,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며 밝고, 활기찬 목소리로 청취자들을 매료시키는 컴퓨터 자키 겸 명가수. 9.9㎡(3평)남짓 좁은 방에서 배에 키보드를 올려놓고 막대기를 이용해 세상과 만나던 최찬수(53, 지체1급, 부산)씨.

6년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를 통해 방송된 ‘누워서 노래하는 가수’편 주인공인 최씨는 대중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당시 네티즌들은 최씨의 방송을 들을 수 있는 홈페이지 주소를 나르며,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예명인 ‘우하(雨夏)’라고 불리며 팬클럽까지 만들어졌던 최씨는 요즘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1평 속 지옥, 찬수씨가 있다=안타깝게도 그는 세상에 원망과 분노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었다. 어제도 오늘도 그는 하릴없이 천장만 바라본다. 여전히 1평 침대 속이 그 삶의 터전이다. 막대기를 통해 2시간 여만에 작성된 최씨의 사연 속에는 와상장애인으로서 고통과 절실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1991년 30세의 나이로, 교통사고로 인해 목과 손만을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전신마비 상태로 20년이 넘도록 살아온 최씨는 현재 강직성 척추염으로 고통 받고 있다. 뼈 마디 마디가 딱딱히 굳어지는 진행성 희귀병인 강직성 척추염은 그의 턱을 지나 입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병원에 다녀갔다가 마우스피스를 물지 못해 위내시경을 하지 못했다. 성인용보다 작은 어린이용 마우스피스조차 입에 들어가지 않아 위내시경 검사를 포기하고 집에 돌아올 수밖에 없던 최씨는 커져가는 병에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와상장애인으로 살아가기 너무 힘들어요. 병원가기 조차도요. 이동조차도 힘드니까 병을 키울 수밖에 없어요. 작년에는 이가 아팠는데 그냥 가기가 힘드니까 미뤘는데, 결국 병을 키워서 작은 염증을 수술까지 하게 만들었어요. 병원에서도 와상장애인에 대해 잘 모르니까 계속 설명해야 하고…”

막대기 하나로 세상과 소통하는 최찬수씨의 모습.ⓒ최찬수

■활동보조 사각지대, 그저 원망스럽다=현재 그는 지적장애3급인 동생과 단둘이 살고 있다. 중년에 이른 동생은 정신 연령이 겨우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이다. 많은 도움을 받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지난해에는 중증장애인의 활동을 도와준다는 활동보조서비스도 받았다. 하지만 최중증 장애인인 최씨에게 돌아온 시간은 겨우 103시간.

기본급여로는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독거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추가 급여를 받지 못했다. 본인 앞 가림 조차 잘 하지 못하는 동생이 있다며, 여러 곳에 호소하다 청와대 신문고까지 찾았지만, 최씨에게 돌아온 답은 겨우 “법대로 적용한다”였다.

최씨는 “동생이 급수가 3급이지 지적장애인일 경우, 기타 다른 장애인들보다 생활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둘이 사는데 2인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적용이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하다”며 “책상머리에서 우리들의 현실은 모른 채 법만 운운하는 그들이 너무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현재, 정부에서는 활동보조 인정조사표 점수가 400점 이상인 1급 활동보조 수급권자(최중증) 중 독거에 한해 서비스를 최대 360시간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독거가 아닌 최씨는 또 한번 좌절할 수 밖에 없다.

일자로 뻗은 몸, 엑스레이를 찍으면 석고처럼 하얗게 보인다는 그의 몸. 장애인하면, 휠체어 타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보니, 와상장애인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장애인들 속에서도 또 한번 소외된다.

정부에서 준다는 임대아파트 조차 꿈에도 못 꾼다. 신청하면 최대 5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임대아파트지만, 당첨이 된다 해도 고려할 사항은 너무나 많은 것. 누워서 이동하는 그는 1층만 가능하다. 때문에 그 외에 고층 아파트는 엘리베이터 조차 탈수 없다.

1년 열두달 꼬박 누워서만 생활하며, 의식주, 소대변 모두를 가족에게 도움받으며 살아가는 현실. 그는 세상만 원망한다. 꿈도 없고, 희망도 없다. 마음만 먹으면 지적장애 동생의 호적을 파버리고, 활동보조 급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지만, 법을 바꾸는 게 우선이지, 애꿎은 동생을 내보낼 수 없는 것 아닌가.

가수로 활동하던 당시, 냈던 1집 앨범 표지.ⓒ최찬수

■와상장애인도 더불어 살수 있길=한때 최씨는 6년 전, 방송 이후 최고시청률을 달성하며, 스포트라이트도 받았다. 무작정 양산에 찾아온 PD가 카메라를 들이밀며 얼떨결에 방송된 이후,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그를 찾는 전화도 하루에 몇 십통씩 걸려와 그를 응원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점은 몸이 불편해서 부모를 통해 전화를 걸어온 장애아동들이었다. 의외로 가정에 드러나지 않고 있는 와상장애인이 많다는 걸 알게된 최씨는 와상장애인들의 고통과 현실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

“청와대 신문고 담당하는 사람이 그러대요. 이런 문제점들은 제보도 많이 하고 그래야 된다고. 그런데 와상장애인이 몸이 더욱 불편하다 보니까 자판을 치기도 힘들지 않습니까. 전화로도 잘 못하고 의사전달도 잘 안되는 분들이 참 많은데. 내가 좀 알리고 싶네요, 이런 와상장애인들의 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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