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아파트 화재로 중태인 남매의 애틋한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이 아파트 14층에서 불이 난 시각은 29일 오후 6시5분께. 당시 집에는 박모(13)양과 뇌병변장애(1급)가 있는 남동생(11) 둘밖에 없었다.

부모는 모두 일을 나가 집에 없었다.

8분 뒤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은 현관문을 따고 들어가 20분 만에 불길을 잡았다. 그러나 이들 남매는 안방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방 안에는 연기가 가득했다. 박 양은 문을 향해 엎드린 채, 동생은 누나의 발밑에 가로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상태였다.

경찰은 현장 정황으로 보아 박 양이 동생을 구하려다가 함께 연기를 마시고 쓰러진 것으로 추정했다.

박 양의 동생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

중학교 1학년인 박 양은 장애가 없지만 지난 3월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 동생이 다니는 특수학교에 진학해 함께 다녔다.

어려운 형편에 부모님이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 이럴 때마다 부모를 대신해 동생을 돌봤다.

밥을 챙겨주고 대변을 가리지 못해 옷에 오물을 묻힐 때도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은 채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혀 줬다고 어머니 김모(43)씨는 전했다.

김씨는 "일반 중학교에 진학하라고 했지만 딸이 '동생이 다니는 학교를 가겠다'고 했다"며 "평소에도 동생을 잘 돌보는 아이였다"고 눈물지었다.

사고 뒤 119구급대에 의해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진 박 양 남매는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큰 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그러나 이튿날인 30일 오후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wy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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