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 오후 6시 이후부터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안에서 농성장을 마련, 농성에 돌입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장애인들이 우여곡절 끝에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안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21일 오후 3시부터 서울 광화문 동화 면세점 앞에서 전국 집중 결의대회와 투쟁문화제를 가진 뒤 농성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오후 2시경 광화문역 안에 농성장을 마련하기 위해 들어가자 경찰들이 출입구를 봉쇄하고 나섰다. 또, 결의대회 장소인 동화 면세점 앞에서도 장애인들이 광화문역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역장이 종로경찰서에 시설물 보호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봉쇄하는 것이라는 입장으로, 봉쇄를 풀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장애인들은 경찰의 행동에 강하게 반발했다. 지상에서는 광화문역 안으로 내려가기 위해 휠체어에서 내려와 기어서 계단으로 향했고, 경찰은 이를 저지하며 몸싸움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1명의 장애인은 다리에 부상을 입어 119 구급차로 후송됐다. 광화문역 안에 있던 장애인들도 동화면세점(결의대회 장소)로 가기 위해 막아선 경찰들에게 항의하며 몸 싸움을 벌였다.

팽팽한 대치 속에 장애인들은 오후 6시 경 광화문역 안에 농성장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경찰이 봉쇄를 풀지 않아 예정됐던 결의대회를 무산됐고, 오후 7시 투쟁문화제에서 투쟁결의문을 낭독하며 무기한 농성 돌입을 선포했다.

공동행동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수십년간 연락도 없었던 자식에게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비가 끊겨 비관 자살한 어느 노인의 죽음과 장애를 가진 자식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스스로 목을 매달았던 부모들까지 너무 많아 헤아릴 수 없다”면서 “빈곤은 가족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다. 사회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십 년간 장애인의 몸에 찍혀왔던 낙인의 사슬과 가난한 국민의 가난의 고통으로 내몰았던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 할 것을 요구한다”며 “우리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가 장애인과 국민의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짓누르는 근본적인 장치임을 폭로하고,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가 없는 복지공약은 장애인과 국민의 삶을 기만하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공동행동은 “장애인의 몸은 고깃덩어리가 아니다. 장애인의 몸에 점수를 매겨 등급의 낙인을 찍고, 점수로 복지를 결정하는 장애등급제 자체가 차별이고 인권침해”라면서 “장애인은 동등한 권리를 가진 존재이며 장애인이 원하는 것은 권리보장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오후 8시 40분 현재까지 경찰과의 대치는 계속되고 있으며, 광화문역 안에 있던 장애인들이 투쟁문화제에 참석하지 않은 채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공동행동은 무기한 농성을 신호탄으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 10만인 엽서쓰기 운동, 보건복지부 규탄 시위 등을 전개해 나갈 생각이다. 10만인 엽서쓰기 운동의 경우 목표가 달성되면 18대 대선 후보 및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에게 전달된다.

21일 광화문 역안에서 장애인과 활동가들이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장애인들이 경찰들의 광화문역 출입구 봉쇄에 대해 항의하자 경찰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을 들어올렸다. ⓒ에이블뉴스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온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이 광화문역 출입구 봉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동화면세점을 찾은 장애인이 경찰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이 도로로 나와 경찰들에게 항의하자 결국 끌려가고 있다. ⓒ에이블뉴스

결국 휠체어에 몸을 싣고 있던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내려왔다. ⓒ에이블뉴스

도로에 나와 항의하자 결국 경찰에 의해 이동되고 있는 장애인. ⓒ에이블뉴스

휠체어에서 내려온 장애인들은 광화문역 7번 출구에 내려가기 위해 기어갔다. 그러나 경찰들의 저지로 3칸 정도 밖에 내려가지 못했다. 바닥에 누워있는 장애인이 '기어서라도 내려가겠다'며 절규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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