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고리원자력발전소 주변에 사는 이진섭씨 가족이 암에 걸려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이씨 아들은 발달장애를 겪고 있으며, 자신을 포함해 함께 사는 부인과 장모까지 암에 걸린 것이다. 사진은 이날 오전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이진섭씨 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윤성효

윤성효 (cjnews) 기자

“균도네 가족, 이번엔 법원으로 간다.”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이균도(20)씨는 아버지·어머니와 함께 부산지방법원에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아버지 이진섭(48)씨와 어머니(46), 외할머니(73)까지 암을 겪고 있다. 이 가족은 지금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에 살고 있다.

이균도씨는 기장군 장안읍 좌천리에서 태어났다. 가족들은 기장군 장안읍·일광면 등에서 살았다. 이곳은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3~5km 반경 안에 있다.

부산장애인부모회 기장해운대지회장인 이진섭씨는 2011년 '대장 내 악성신생물'(직장암 코드)이 발견되어 그해 5월 수술을 받았다. 이균도씨 어머니는 올해 2월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고, 외할머니는 2009년 위암 수술을 받았다.

이진섭씨는 친어머니(72)씨도 1970년대 말 자궁암 판정을 받고 수술했다고 밝혔다. 친어머니는 부산 송정에 살고 있는데, 고리원전에서 10km 정도 거리에 있다.

이균도씨 가족은 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영철 변호사를 통해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부산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우선 이균도씨와 부모 총 3명이 각 5000만 원을 요구한 것이다.

이진섭씨는 "사실 처음에는 소송을 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얼마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브리핑을 하면서 경기도 위쪽에는 사람이 많이 살기에 원전을 지을 수 없다고 했다는 말을 듣고 소송을 내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부부도 처음에는 암이 있는 줄 몰랐다. 정부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받던 도중에 암이 발견된 것"이라며 "장모까지 암에 걸렸는데, 이것이 원전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정부는 원전이 안심해도 된다고 하는데,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주민들이 그동안 받은 혜택은 월 5000원 전기요금 감면뿐이다. 원전 주변 물고기도 다른 지역에 비해 크기도 한데, 정부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면서 "고리원전 인근에 있는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보니 환자들이 정말 많더라. 우리 지역에는 알게 모르게 암 환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태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진섭씨는 "정부는 정확한 실태조사를 하지 않고 있으며, 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소송이 지역민과 부산시민을 위해 대신해서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3일 고리원자력발전소 주변에 사는 이진섭씨 가족이 암에 걸려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이씨 아들은 발달장애를 겪고 있으며, 자신을 포함해 함께 사는 부인과 장모까지 암에 걸린 것이다. 사진은 이날 오전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윤성효

입증 책임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져야…건강역학조사 촉구

녹색당, 반핵부산시민대책위, 사회복지연대,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부산장애인부모연대, 민변은 이진섭·이균도씨 가족의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서 원전 주변지역 주민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는 처음이다.

지난 5월 대한직업환경의학회는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연구" 논문(연구책임자 안윤옥 서울의대 교수)을 통해 "원전 종사자의 경우 일반인들에 비해 염색체 이상이 2배 가까이 높고, 원전 주변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경우 갑상선암 발생률이 2.5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고리원전 1호기는 1978년 4월, 2호기는 1983년 7월, 3호기는 1985년 9월, 4호기는 1986년 4월 가동을 시작했으며, 신고리원전 1호기는 2011년 2월, 2호기는 2011년 12월 가동을 시작했다. 이균도씨 가족들은 총 6기의 원전이 발달장애·암 발병의 원인이라 보고 있다.

고리원자력발전소 주변에 사는 한 가족이 암에 걸려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가운데, 녹색당, 반핵부산시민대책위, 사회복지연대,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부산장애인부모연대 등 단체들은 3일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윤성효

구자상 녹색당 대표는 "그동안 고리원전과 관련해 갖가지 의혹들이 제기되었지만, 정부는 원인을 밝혀내지 않고 유야무야 해왔다"면서 "체르노빌이나 스리마일 등 외국의 경우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이 암으로 인해 소송을 내서 승소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고 말했다.

서은경 변호사는 "이 소송은 환경소송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이균도씨 가족들의 발달장애·암 발병과 관련 없다는 입증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녹색당, 반핵부산시민대책위, 사회복지연대,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부산장애인부모연대, 민주화변호사모임은 정부에 대해 "핵발전소 인근 모든 지역에 대한 건강역학조사를 면밀히 수행할 것"을 촉구했다.

또 정부에 대해 이들 단체는 "위험한 핵발전소 고리원전 1호기를 즉각 폐쇄할 것"과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모든 핵발전소 추가 건설을 폐기할 것", "수명 다한 원자력발전소를 대체하는 새로운 대안에너지 국가계획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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