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만해도 날 보며 ‘쯧쯧’거리며 혀 차던 비장애인들, 요즘은 그런 시선이 많이 없어져서 다행이예요.”

장애인의 날을 축하하듯 벚꽃이 만개한 20일. 서울광장에는 장애인을 위한 ‘희망서울 누리 축제’가 오전 11시부터 개최됐다. 문화·생활 공감부스별 테마존, 장애인스포츠체험관, 이동치과서비스 등 51개 부스가 운영돼 다채롭고 알찬 행사를 제공했다.

이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부스를 둘러보던 지체1급 우병호씨(51)는 “옛날에 비해 참 좋아졌어요. 예전에는 이런 장애체험 행사들 꿈도 못 꿨어요”라며 첫 마디를 꺼냈다.

그도 그럴듯이 우 씨가 중도장애인이 된 1987년, 휠체어를 타던 그를 보는 시선들이 곱지 못 한 것은 물론, 저마다 혀를 끌끌 차기 바빴다. 음식점을 들어가도 물건을 팔러 들어온 줄 알고 내쫓아 낸 적도 수없이 많아 아픈 몸에 대한 자책도 했다.

우씨는 “작년 장애인의 날에도 서울시 행사에 참석했고, 올해도 참석했는데, 장애인에 대한 인식들을 덜어줄 수 있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식을 바꾸는게 참 중요한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장애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장애인 당사자로서 직접 비장애인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원광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자로 활동하며, 구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식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

우씨는 “복지관에서 9명의 봉사자가 초등학교를 찾아서 직접 휠체어도 보여주고,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임을 인식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올해는 3번 정도 했다”며 “자라나는 새싹들부터 인식을 바로 고쳐야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따뜻해 지지 않겠냐”고 웃음을 띄웠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 장애인이 ‘사람답게’ 살기위해서는 고기 등급처럼 매기는 장애등급제부터 폐지해야 함을 강조했다. 우 씨는 “장애등급제라는 것이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존재한다. 사람을 어쩜 1급, 2급 등으로 딱딱 매길수 있냐”며 “선진국처럼 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 욕구에 맞는 서비스가 갖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의 도움을 받아 박원순 시장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에이블뉴스

그는 행사 한 켠에 마련된 ‘박원순 시장님께 바란다’ 코너를 찾아 서울시민으로서의 소망을 전했다. 기자의 도움을 받아 곰곰이 소망을 생각하던 그는 “장애인을 위한 임대아파트를 많이 지어주세요”라고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우 씨는 임대아파트 입주를 고대하고 있지만, 매번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는 것.

우씨는 “임대아파트에 들어갈 사람은 많은데 공급이 너무 적은게 문제입니다. 아마도 지금보다 배 이상은 넘어야 장애인도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라며 “장애인도 행복해 질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마지막으로 우 씨는 장애인을 위한 교통편의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많음을 지적했다. 그는 교통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저상버스를 단 한번도 타보지 못 했다.

우씨는 “저상버스를 한번도 타보지 못했는데, 이 버스를 타본 사람들이 문제점이 많다고 한다. 버스 기사가 교육이 덜 되 있어서 장애인을 보면 그냥 지나쳐 버리기도 한다더라”며 “누굴 위한 저상버스인지 궁금하다.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처음 만들었을 때도 비장애인들은 욕하더니, 정작 만들고 나니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비장애인들의 인식이 아직도 개선되려면 멀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체험부스를 이용하는 우병호씨.ⓒ에이블뉴스

서울광장에 마련된 '희망서울 누리축제' 부스를 찾은 장애인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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