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청 담당자가 이문영씨가 구입한 전동휠체어 등록을 위해 사진을 찍고 있다. ⓒ박종태

서울 은평구에 사는 뇌성마비장애인 이문영(지체장애 1급)씨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난해 10월 21일 동대문 의료기 업체에서 전동휠체어를 구입, 병원에서 검수를 맡았다. 이후 12월 13일 은평구청 의료급여과에 서류를 제출했다.

하지만 은평구청 담당자는 제출된 서류에 구입날짜가 12월 9일로 기재됐는데, 구입한 지 4일 밖에 되지 않은 전동휠체어가 오른손 손잡이가 찢어지고 파란색 테이프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중고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로 인해 이 씨와 은평구청 담당자는 전동휠체어를 새 제품으로 구입했는지의 여부를 두고 옥신각신했다.

은평구청 담당자는 급기야 지난 2월 13일 전동휠체어 판매자, 이 씨와 만나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담당자는 먼저 판매자에게 새 제품을 판매했다는 확인서를 받았고, 이 과정을 녹음했다. 또한 사진기로 전동휠체어의 일련번호를 찍었다.

이후 담당자는 이 씨가 구입날짜를 잘 못 표기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의심을 한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했다. 기초생활수급 장애인이 구입한 전동휠체어의 '중고 제품 진실 논란'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것.

이 사례에서 주목되는 것은 기초생활수급 장애인이 구입한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이하 전동보장구)의 일련번호가 있어도 현실적으로 중고제품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장애인들의 전동보장구 구입 방법은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시군구,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이는 등록·관리의 주체가 이원화된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시군구의 경우 각자 등록한 전동보장구 관련 정보가 서로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예를 들어 마음만 먹으면 A시에서 등록한 전동보장구를 다른 사람이 B시에서 또 다시 등록해도 모르고 넘어갈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우 일련번호가 있으면 각 지사에서 등록한 전동보장구와 관련된 정보만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군구에 등록된 전동보장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전산망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시군구에 등록된 전동보장구 정보 공유를 위한 전산망 연결이 꼭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은평구청 담당자가 전동휠체어 판매자, 이문영씨가 자리한 가운데 구입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박종태

전동휠체어 일련번호를 휴대폰으로 찍고 있는 장면. ⓒ박종태

은평구청 의료급여과 직원들이 전동휠체어 사진을 찍고 있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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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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