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동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창우 팀장. ⓒ에이블뉴스

“중증장애인들은 모두 집구석에서만 투표하라는 것이냐.”

새날동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창우 팀장(남, 43세, 지체장애 1급)은 26일 오전 제기동제1투표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를 마친 뒤 화나는 마음을 가라 앉힐 수 없었다.

박 씨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활동보조인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본인 확인을 거친 뒤 투표용지를 받을 때까지는 원활했다. 하지만 기표소로 들어갈 때 문제가 발생했다.

뇌병변장애인인 그가 혼자 기표하기 어려워 활동보조인과 동행하려 하자, 투표소 관계자가 제지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민주주의 선거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비밀투표를 위해 시각장애인을 제외하고는 기표소 안에 활동보조인과 같이 들어 갈 수 없다는 것.

결국 그는 혼자 기표소로 향했고, 투표를 마쳤다. 그렇지만 손의 심한 떨림 때문에 지지하는 후보에 정확히 기표를 못하고, 그만 선에 기표하고 말았다. 이는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무효표 처리가 된다.

박 씨는 혼자 기표를 할 수 있는 정당한 편의를 제공 받지 못한 상태에서 활동보조인의 동행도 제지당해 ‘참정권’을 침해당했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박 씨는 “투표소 관계자에게 장애인은 투표도 할 수 없냐고 따졌을 때, 왜 거소자투표를 안했냐고 말했다”면서 “홀로 기표를 못하는 중증장애인들은 모두 집구석에서만 투표하라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박 씨는 “중증장애인들이 홀로 기표할 수 있게 (기표)기구 등의 정당한 편의가 제공돼야 한다”면서 “정당한 편의 제공으로도 홀로 기표가 불가능한 장애인의 경우 활동보조인과 같이 기표소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이 아니면 (비밀 침해 때문에) 활동보조인과 같이 기표소 안에 못 들어간다”면서 “그 정도라면 거소자투표를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태현 사무처장은 “비밀투표 등의 이유 때문에 활동보조인과의 기표소 동행을 반대하기는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홀로 기표할 수 있는 정당한 편의가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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