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의 힘이 크다. ‘도가니’ 개봉을 계기로 광주인화학교 사건이 재조명됨은 물론, 장애인 등의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성폭력 문제와 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에 대한 대책 마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에선 반복되는 장애인 성폭력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찾기 움직임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광주인화학교처럼 사회복지법인 내에서 벌어지는 성범죄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관리·감독 기능 강화 대책이 제시되고 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지난 28일 “광주 인화학교 사건의 경우 단순 성범죄사건을 넘어,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할 복지재단 관계자가 시설 수용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재단운영의 전횡을 일삼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꼬집었다.

진 의원은 “재단운영이 감시·견제를 받지 않는 족벌경영으로 유지돼 왔던 법인의 임원제도를 공익이사 선임을 통해 구조적으로 개선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해 사회복지법인 운영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진 의원은 사회복지법인 운영이 사회적 취약계층 보호라는 본래 공익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진 의원은 “정부차원에서도 수용자 학대, 인권유린 등 중대사고 등의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사업정지나 시설장 교체, 재단 폐쇄 조치 등을 강구해야 하며, 보조금 환수 및 후원금 반환조치 등 실효성 있는 행·재정적 제재를 통한 관리감독 강화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역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노영민 수석부대표는 29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인화학교 사건과 관련해서 민주당은 2007년 한나라당의 방해로 무산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당론으로 다시 추진하겠다”며 “사회복지법인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익이사 1/4 선임 의무화, 이사정수 1/4 이상 사회복지 전문가 선임, 법인등기 후 3개월 이상 기본재산 미 출연 시 허가취소, 임원의 불법행위 시 조사나 감사 중에 있는 경우 장관이 해당 임원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장애인 성범죄의 근본적인 예방을 위해선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여성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인화학교 사건의 경우에도 고발된 가해자 6명 중 4명은 실형선고를, 2명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됐으며, 성범죄 은폐 교사 2명은 처벌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받고 복역하던 교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또 집행유예 3년이 되는 등 가해자 2명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바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최고위원은 2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성폭력에 대해 선진국 수준의 처벌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폭력범죄가 신고제로 돼 있기 때문에 고소가 되고 난 뒤에도 피해자를 압박해서 합의서를 받아내는 바람에 처벌이 경하게 되거나 풀려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부분도 정책위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최민식 의원은 28일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의 형법상 형량감경을 배제하기 위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일정한 경우 1회에 한해서만 법률상 감경할 수 있도록 했으며,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선고유예를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민주당도 가해자에 대한 양형을 유도할 수 있도록 규정된 성폭력특례법의 ‘항거불능’ 조항을 삭제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민주당 노영민 수석부대표는 29일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작년 10월 발의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에 대한 조속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영희 의원은 지난해 10월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성폭력특례법 제6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항거불능’ 요건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에 있다.

현행 성폭력특례법 6조는 ‘신체적,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여자를 간음하거나 사람에 대해 추행한 사람은 형법 제297조(강간) 또는 제298조(강제추행)에서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항거불능 상태’임이 입증되지 않는 지적장애인 등의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 성폭력사건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8월까지 발생한 장애인 관련 성폭력 범죄는 385건으로 작년 8월 187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성폭력 피해 사례 4,353건 중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인 경우 3,090건으로 전체의 70.9%를 차지했다.

한편 장애인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관련 예산 증액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29일 “성폭력 피해 아동 및 장애인관련 예산을 꼼꼼히 찾아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특히 경찰청 예산중에 성폭력 피해 아동 및 장애인 조사 시 시행되는 전문가 참여 예산이 있다. 이 예산을 정부는 어떻게 반영했는지 확인은 못했지만 찾아서 잘 증액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또한 “여성가족부에 가정 폭력성 폭력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도 역시 증액돼야 한다. 11월 예산 심의 때 꼼꼼히 챙겨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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